이명선
검은 얼굴의 아이가 있어
조류를 타고 해변까지 밀려온 대륙의 아이가 있어
뿔뿔이 흘러가는 하늘에 흰 수리는 원을 그리며 비행하고 있어
거듭 얼굴이 풀어져
뭍으로 오르려는 눈꺼풀이 흩어져
반복의 역사는 번복되는 아이들로 가득해
창창한 것은 검은 눈물로 적셔지는 땅도 있어
(중략)
국경을 물고 가는 새야
하늘을 균일하게 나누면 새들로부터 망명한 낙원이 있을까
한참을 뛰어가도 숨이 차지 않는 해변이 있어
검은 얼굴의 아이가 부르던 난민의 노래가 밀려 나가는
…..
시리아 내전을 피하려는 난민을 태우고 유럽을 향해 바다를 떠돌다 난파된 보트, 그 보트에 타고 있던 세 살 아이의 시신이 터키 해변까지 밀려와 발견된 일이 있다. 어른이 만든 참혹한 세상에 희생당한 무구한 죽음. 목숨을 빼앗긴 ‘검은 얼굴의 아이’ 위로 아이의 시신을 먹으려고 비행하는 수리는 이 세상의 폭력을 상징한다. 시인은 아이가 저승에서라도 수리로부터 벗어난 낙원으로 망명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