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청송주왕산국립공원 상인들 “우리도 살아있는 이재민”

김종철 기자
등록일 2025-04-20 16:43 게재일 2025-04-21 3면
스크랩버튼
입산 통제 등 탐방객 발길 끊겨
인건비·운영비 감당도 벅차
공원측 “점검 끝나면 조속 개방
5월부터는 용추폭포까지 고려”
국립공원주왕산 탐방로가 입산이 통제돼 상가 주변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하는 차량들만 주차되어 있다./김종철기자

본격적인 행락철을 맞았지만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에는 인적이 드물다.

20일 오후 주왕산국립공원 앞 상가. 평소 이맘때면 봄철 탐방객들이 줄을 이었지만 산불이 난 이후부터 줄곧 한산하기만 하다.

간혹 두 세 사람 정도 지나가는 게 눈에 띌 뿐이다.

공원 주차장이 한창 공사중이어서 임시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상가 주변에 임시로 주차를 허용하고 있어 이곳 식당가에만 식사하러 온 손님 차량이 겨우 몇 대 보일 뿐이다.

식당 주인 엄재한(51)씨는 “입산이 통제된 탓인지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라며 “직접적인 산불 피해 본 지역도 이재민이지만, 우리도 사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이재민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엄씨의 식당을 이용한 고영환(38·대구시 서구)씨는 “고령의 아버지와 함께 주변을 지나가는 길에 주왕산에 잠시 들렀다”면서 “모처럼 가벼운 산행을 하려고 왔는데 입산이 통제됐는지 몰랐다”며 “산불은 산 정상에만 난줄 알았다. 식당이 너무 썰렁하니까 그저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왕산국립공원에는 탐방로가 통제 됐지만 간혹 눈에 띄는 탐방객도 있다./김종철기자

입산 통제를 모르고 들렸다는 임영숙(49·울산시)씨 가족은 “해마다 가끔 주왕산을 찾았는데 산불로 입산이 통제돼 있어 아쉽다"면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너무 안쓰러워 보인다” 고 했다.

조용광 상가번영회장(63)은 “현재 주왕산 상가는 개점 휴업 상태다. 문을 열어도 전기세도 안나오고 입산이 통제돼 있다 보니 탐방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상가는 대략 35개 점포가 있다. 식당은 25개 정도인데, 업주들이 대부분은 세입자여서 수입은 고사하고 인건비 등 운영비도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식당 세입자 A씨는 “종업원을 고용해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한 달에 500~600만 원은 기본 지출되는데 숨통이 막힌다”고 울먹였다.

주왕산국립공원은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이 번지면서 기암 정상부근까지 옮겨붙었지만 산 아래쪽으로는 확산되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공단자체에서 산출한 산림피해면적은 3260ha로 공원시설물이 5종이며 탐방로가 2개구간(11.5km)이 손실됐다.

주왕산국립공원측은 지난달 25일 공원 입구쪽  대전사 사찰 경내까지만 진입을 허용하고 입산은 전면 통제한 상태다.

입산 해제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이지만 공원사무소측은 상가주민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조속히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김미향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행정과장은 “평상시 탐방객이 주로 사용하는 탐방로는 큰 피해는 없다”며 “하지만 경사면이 불안정한 상태여서 낙석 등 산사태가 우려돼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 소속 산림 전문가로 구성(박사 등)된 팀이 오는 21일부터 4~5일간 공원 탐방로 경사면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점검팀의 확인 검사가 끝나는 대로 입산통제를 해제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되도록 5월부터는 탐방객이 주로 이용하는 용추폭포까지라도 입산을 허용할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산지는 산불 피해 지점에서 떨어져 있어 입산이 허용되고 있지만 청송산불이란 이미지 탓에 찾는 탐방객도 눈에 띌 정도로 줄었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북부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