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정은귀 옮김)
오늘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우리의 별 볼 일 없는 이들/ 그 끔찍한 얼굴의/ 아름다움이/ 나를 흔들어 그러하라 하네.
까무잡잡한 여인들,/ 일당 노동자들-/ 나이 들어 경험 많은-/ 푸르딩딩 늙은 떡갈나무 같은
얼굴을 하고선/ 옷을 벗어던지며/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그리고
나란히 함께 하는/ 그대들 얼굴도 나를 흔드네-/ 앞장선 시민들-/ 하지만 같은/ 방식은 아니게.
…
20세기 미국 대표시인 윌리엄스의 시. 그가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말해준다. 시는 예쁜 모습에 매혹되어 쓰는 것이 아니라 ‘끔찍한 얼굴’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쓰는 것. 가난하고 일에 지친 이들의 “늙은 떡갈나무 같은” 얼굴에서 말이다. 그들이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시인을 흔든다. 거리의 시위에서 “나란히 함께”,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앞장선 시민들”의 얼굴 역시 시를 끌어 올린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