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지진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포항지진이 발생 8년이 지났으나 피해 보상에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와 검찰의 수사, 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8년의 긴 세월이 흐르면서 당시 피해주민 가운데 2만4000명은 위자료도 받지도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대구고법이 5월 중 포항지진 손해배상 항소심을 진행할 예정이나 재판이 3심인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최종 판결을 보지 못할 고령의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해 당사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매년 약 3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기왕 보상이 될 거라면 빨리 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피해보상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강도도 컸지만 1년 동안 여진이 어지면서 시민들에게 정서적, 심리적으로 많은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와 2만7000여 건의 시설물이 부서지고 훼손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포스텍 연구팀은 포항시민 10명 중 8명이 심리적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포항지진은 정부 조사단의 발표대로 인재였던 것이 2019년 3월 입증됐다. 당시 조사단장인 서울대 이강근 교수는 “지열발전소에 주입하는 고압의 물이 단층을 활성화시켜 발생한 인재”며 “자연지진은 아니다”고 밝혔다. 당시 산업통상부도 “조사연구단의 연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정부와 지질연구기관 등을 상대로 낸 1심 재판에서도 이런 결과를 인정하고 포항시민에 대한 피해보상을 선고했다.
정부가 더 이상 이 사건으로 시간을 끌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포항시민의 뜻이다. 포항지진 범대본은 “죽고 나서 보상이 있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합당한 판결로 사건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지진은 이미 밝혀진 대로 변명할 수 없는 인재다. 정부가 재판을 이유로 시간을 끈다면 구차하게만 보일 뿐이다. 포항시민의 상처를 보담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