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록
혼자 고통을 견디다 쓰러진 자들은 대개 엎드린 상태로 발견된다
지구에서 쓰러지면 지표면만큼 휜다
육교처럼 엎드린 채 고통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아무도 부축하지 않는 생은 지구가 업고 간다
구부러진 자들은 두 손으로 지구의 목을 꼭 끌어안는다
엎드린 채 죽어간 자들을 바로 누여 장례를 치르려면 기다려야 한다 지구가 내려놓을 때까지
우리는 모두 대지의 자식이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맞아주는 존재자도 대지다. “고통을 견디다 쓰러진 자들은” 대지에 엎드리고는 “고통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생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마지막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은 “지구의 목”이다. 지구는 그렇게 죽어가는 이들을 받아들이며 안아준다. 지구의 마지막 모성이다. 고통스런 지상의 삶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래도 위안 받는 것은 대지의 따듯함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