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엉겅퀴를 쓰다듬다가
찔레도 며느리밑씻개풀도 쓰다듬는다
찔리는 맛이 좋아서
이러다가 엄나무 아카시아 철조망도 쓰다듬을까
세상 무정이 베풀어주는 무관심의 은혜에 감사하다가도
무소속으로 누려온 자유가 때로는 역겨워져
자해하고 싶었다고
피범벅 두 손이 고백한다
장미에게 바치고 싶었다고
아직도 내 피가 붉은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단 한 번이라도 순수와 황홀에 봉사와 헌신의 의무를
스스로 무겁게 짐 져 보고 싶었다고.
회한이 마음에 사무쳐올 때가 있다. 이젠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하나 문득 지금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시인은 그 사무침이 깊어 일부러 가시 있는 풀들을 쓰다듬는다. “찔리는 맛이 좋아서”다. ‘무소속으로’ 자유를 누리면서 “순수와 황홀에 봉사와 헌신”하지 못했다는 회한에 따른 자해. 이로써 그는 “아직도 내 피가 붉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