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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에게 바치다

등록일 2025-04-07 18:17 게재일 2025-04-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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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엉겅퀴를 쓰다듬다가

찔레도 며느리밑씻개풀도 쓰다듬는다

찔리는 맛이 좋아서

이러다가 엄나무 아카시아 철조망도 쓰다듬을까

세상 무정이 베풀어주는 무관심의 은혜에 감사하다가도

무소속으로 누려온 자유가 때로는 역겨워져

자해하고 싶었다고

피범벅 두 손이 고백한다

장미에게 바치고 싶었다고

아직도 내 피가 붉은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단 한 번이라도 순수와 황홀에 봉사와 헌신의 의무를

스스로 무겁게 짐 져 보고 싶었다고.

회한이 마음에 사무쳐올 때가 있다. 이젠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하나 문득 지금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시인은 그 사무침이 깊어 일부러 가시 있는 풀들을 쓰다듬는다. “찔리는 맛이 좋아서”다. ‘무소속으로’ 자유를 누리면서 “순수와 황홀에 봉사와 헌신”하지 못했다는 회한에 따른 자해. 이로써 그는 “아직도 내 피가 붉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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