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품면 삼화 1·2리 뒷산 ‘잿더미’<br/>송이 다시 보려면 최소 30년 걸려<br/>설상가상 재난지원대상서 제외<br/>자생해 생산량 일정치 않단 이유<br/>항의 빗발치자 郡 일단 피해 접수
“비참하다. 우째 이런 일이… 우리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원용 전 영덕군의장은 할 말이 없다며 넋을 놨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영덕군 지품면 삼화1리. 영양에서 넘어 온 이번 화마는 이 동네 전체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며 지나갔다. 옆 마을 삼화 2리도 비켜가진 못해 만신창이가 되긴 마찬가지였다.
삼화 1, 2리는 마을 뒷산 국사봉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이 산이 이번에 정상까지 모두 타 현재 새까맣게 변했다. 특히 이 국사봉은 그동안 100여세대 이 마을 주민들에 있어서는 젖줄이었다. 여기가 바로 국내 최대 송이 집산지였던 것.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가을송이를 채취, 많을 때는 세대 당 연 2000여만 원씩이나 소득을 나눠 갖게 해주었던 곳이었다. 이제 그 보물의 산은 더 이상 현실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다시 송이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30~50여년은 걸릴텐데 내 생애에서는 끝 아니겠어요” 애써 담담하게 말하는 이 전 의장은 안타까움과 회한이 가득했다. 마을사람 모두도 이 전 의장처럼 기가 차서인지 말문을 닫았다.
영덕군내 송이 피해지역은 이 마을뿐만 아니다. 전국 송이 채취량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영덕군 지품면, 축산면, 영덕읍 등 3곳의 송이 산 4000㏊ 가량이 불에 탔다. 영덕은 최근 13년 연속 국내에서 가장 많은 송이를 생산해 왔으며 2023년에는 32t 정도를 채취할 정도였다.
이번 산불은 그 영덕송이 현장을 완전 망가뜨려 피해는 예측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사회재난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송이는 재난 지원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피해를 본 임야 산주 등이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과수원이나 밭 등에서 경작하는 작물은 객관적인 피해 규모 산정이 가능하지만, 송이는 산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는데다 풍작·흉작이 반복해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고 피해 규모 산정에도 산주 주관적 의견이 반영되는 까닭에 향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당초부터 재난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 이 조항은 실제 현실이 됐다. 삼화 주민들이 1일 영덕군으로부터 피해를 신고하라고 받은 문자에 송이는 검토대상 정도로 표시돼 있었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영덕군은 일단 다음 달 8일까지 읍·면·동을 통해 송이산 피해에 대한 신고를 받은 후 정부와 구체적인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보상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불투명, 주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삼화1,2리 주민들은 송이산 외 살던 집과 과수원 등도 다 타버렸다며 정부가 규정만 내세울 게 아니라 실정을 감안, 송이산 등은 최소한의 현실적 피해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지원을 간절히 소망했다.
실제 삼화 1, 2리 100여 세대 중 60여 세대는 이번에 집이 소실됐고, 보관창고 등도 대부분 타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이원용 전 의장은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마을에서 30㎞ 떨어진 영양군 경계지역인 황장재 지인이 불이 번지니 대비하라는 연락을 해줘 집으로 와 물동이 등을 준비하려고 하니까 이미 불이 집까지 왔더라”며 한 20여분 만에 마을은 완전 폐허로 변해 버렸다고 전했다. 그도 “나도 이번에 140평 보관창고에 불이 붙는 바람에 보관 중이던 사과를 폐기 처분한 것은 물론 건물 소실 등 모두 5억여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전 의장은 “혹시나 해서 오늘 사과밭에 갔더니 한창 올라오던 사과 순도 모두 말라 죽었더라”면서 “이런 걸 생지옥이라고 하는 건 아니지 모르겠다”고 통탄의 가슴을 쳤다. /박윤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