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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농사포기 속출, 농촌소멸 우려된다

등록일 2025-04-01 18:07 게재일 2025-04-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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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북동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의 피해 규모가 구체화되면서 농민들의 생활 터전이 완전히 망가진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농사를 전업으로 살아왔던 농민의 생활수단인 농지, 과수원. 축사, 비닐하우스, 농기계 등이 모두 잿더미로 변해 복구 의지가 상실된 이주민 가운데는 농촌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영양의 한마을은 전체 22채 주택 중 15채가 불에 타면서 농촌마을 자체가 없어질 판이다. 이 마을 한 농민은 “농경지가 모두 불에 타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하니 자식이 있는 도시로 갈 생각”이라며 얼마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고 했다.

또 안동의 한 농민은 “한 평생 땅 파먹고 사는 것만 해와 다른 일은 못한다. 나이가 젊으면 다른 일도 해보겠지만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과수원을 경영하던 또다른 농민은 “10여 년 키운 과수나무가 모두 불타버렸다. 이제 새로 묘목을 사서 심는다 해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니 농촌을 뜰 생각”이라고도 했다.

특히 귀농으로 농촌에 정착했던 귀농인 가운데 약 30% 정도가 화마 이후 불안해진 농촌생활을 벗기 위해 다시 도시로 갈 생각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산불 피해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된다고 해도 농촌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소멸의 문제는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화마를 입은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지역은 모두 인구소멸위험지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의성은 한때 소멸위험지수가 전국 상위권에 있던 곳이다. 이번 경북 산불은 산림에만 피해를 준 것이 아니고 산간지방 주택과 농경지, 과수원, 축사 등에도 큰 피해를 입혀 상당수 농민의 농업기반이 사실상 붕괴됐다.

단순히 임시 거주주택을 마련해주거나 생활필수품 공급 등으로 이주민 재기를 도울 수는 없다. 이재민이 생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거지 인근에 주택을 짓고 생계 도모를 위한 세심한 지원책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경북의 산불은 지방소멸과 연계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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