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란
연습된 표정에 빙의 되어 살아왔으니
나의 유일한 성공은
정면이 나의 얼굴이라고 믿는 너의 오해
손에 닿는 촉감이 낯설게 느껴진 것은
굴곡진 슬픔의 근육들 때문이지
아직도 모르겠니?
뒷모습을 네가 보았다면
또박또박 새겨진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텅 빈 이면만이 나의 진실이었으므로
답하지 않음으로 답했으므로
연인이나 친구처럼 친밀한 관계에서도 위 시의 표현대로 “연습된 표정에 빙의 되어” 사는 것이 사실이다. 그 표정의 정면을 ‘너’가 “나의 얼굴이라고 믿”기를 원하면서. 하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그 정면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네가 읽어주는 것일 터이다. 그 진실이란 표정 뒤에 있는 텅 빈 이면지에 슬픈 근육들로 새겨지는 마음. 이 마음은 시각이 아니라 “손에 닿는 촉감”, 그 낯선 감각에 의해 읽을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