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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약한 경북 문화재, 보호책 강화해야

등록일 2025-03-31 18:46 게재일 2025-04-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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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경북산불은 지역 소재 소중한 문화유산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국가유산청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시작한 산불로 국가유산 30건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 중 25건이 경북이다. 천년고찰인 의성군 고운사의 전각들이 모두 불에 탔고 안동 길안면 조선후기 정자 약계정, 청송에선 사남고택과 민속문화유산인 기곡재사, 병보재사 등도 전소됐다.

이밖에도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 알려진 안동 만휴정의 원림도 불탔다. 다행히 방염포를 씌운 만휴정은 화마로부터 극적 보호됐다.

산불은 안동에서만 13건의 유산을 태우거나 훼손시켰다. 특히 유네스코 지정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일촉즉발 위기로 몰렸다. 다행히 고비는 넘겼지만 언제든 똑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201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에는 국내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 있다. 국보인 대웅전과 극락전이 있고, 영산회괘불도,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보물도 다수 보관 중이다. 화마를 피하기 위해 한밤중에 유물을 긴급 이송하는 작전을 펼쳤지만 앞으로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산불 발생 중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가유산 보호를 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긴급 건의해 문화유산 주변의 수목을 제거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주변 수목 제거가 불가피하나 법대로 대응할 경우 최대 30일이 걸린다. 제도적으로나 보관 상태 등이 매우 취약하다.

경북은 유네스코 유산 등 문화유산이 많은 고장이다. 하지만 문화유산 대부분이 사찰과 같이 목재 건물로 돼 있어 화재에는 매우 취약하다. 또 산중에 있거나 산과 인접한 곳에 자리잡아 화재가 나면 손쓰기도 쉽지 않다.

지난 15년간 우리나라 국가유산 재산 피해는 모두 877건이다. 대부분이 풍수해나 화재 등이 원인이다. 2005년 낙산사 화재로 보물 479호 낙산사 동종이 불에 타 보물 지정이 해제된 바 있다. 산불이 대형화되고 잦아진다는 전망이다. 우리 민족 정신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호할 책임은 후손들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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