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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쿠리 하나 들고 퇴적물 처리 단속 권한 없어 실랑이 다반사

황인무 기자
등록일 2025-03-30 19:35 게재일 2025-03-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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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서 만난 남구청 산불전문예방진화대<br/>  등산로나 인적 없는 코스까지<br/>  침엽수 등 치우며 1일 3회 순찰<br/>“장비·사람 턱없이 모자라 고충<br/>  담배꽁초 투기 등 단속할 때면 <br/>  역정 내는 사람들도 있어 난처”
대구 남구청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 앞산 등산로 일대 배수로 등에 쌓인 침엽수·퇴적물을 갈쿠리로 치우고 있다. /황인무기자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계속되고 있어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북의 ‘괴물산불’로 인해 너무나도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대구에서도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산불 예방·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더욱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지난 27일 오전 10시 대구 남구 앞산 안지랑골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자 산불방화범 형사처벌(최고 징역 15년 이하의 처벌), 산불조심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산불 조심 안내 방송도 계속 흘러나왔다. 산불위험도 알림 표지판에는 ‘매우높음’ 단계로 표시돼 있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려고 보니 한켠에 컨테이너 사무실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조끼를 입은 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구 남구청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었다. 총 12명이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2∼3명씩 1개조로 나눠 3곳의 코스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3회에 걸쳐 산불 감시 및 예방 순찰을 한다. 대원들은 무전기와 갈쿠리, 등진펌프 등의 장비를 챙겨 자신들의 담당구역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산불감시와 예방 순찰을 직접 체험했다. 대원들은 등산로 배수로 등에 쌓인 침엽수·퇴적물을 갈쿠리로 치우고, 예전에 산불이 발생했던 지역과 자락길 등 화재취약지역에 설치된 고정식 CCTV의 배터리 등 작동 여부를 점검했다. 한 코스 순찰하는데 평균 2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대원들은 “이번 코스는 등산로로 이뤄져 그래도 쉬운 편”이라며 “산불이 등산로에서만 발생하는게 아니니 사람이 보통 다니지 않는 코스도 순찰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산에도 칩엽수와 퇴적물이 많아 항상 조심스럽다”면서 “요즘 같은 가뭄시기에는 퇴적물이 위험해 치우는게 좋은데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장비도 사람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또 “산은 잘 가꾸어서 미래세대에게 줄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미래세대에게 물려 줄 아름다운 앞산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점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산불감시를 하고 있긴 하지만 단속권한이 없다보니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 대원은 “현장에서 담배꽁초를 끄는 걸 발견해 계도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정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일부이긴 하지만 시민의식이 아쉬운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아름다운 산이 불에 타는 것”이라고 했다. 15년 경력의 천세광 진화대장은 “산불의 무서움은 상상 그 이상이다”면서 “산불은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산행 시 인화물질 소지 금지, 등산로 이탈 금지 등 산불 예방 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산불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화재 발견시 즉시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황인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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