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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어민들, 조업부진에 폐업도 못해 '진퇴양난' 빚만 늘어…감척사업 조건 개선돼야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5-03-30 11:10 게재일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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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만해도 저동항에는 울릉도어선과 육지어선 등 수백척이 오징어를 잡기위해 몰려들었다./김두한기자
몇년 전만해도 저동항에는 울릉도어선과 육지어선 등 수백척이 오징어를 잡기위해 몰려들었다./김두한기자

울릉도 어업인들 90%는 그동안 오징어 채낚기 어업과 관련 어업에 종사해 왔다.  실제 국민들도 오징어하면 울릉도를 상상하고 떠올렸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옛말이 됐다.  중국어선 북한수역 싹쓸이로 씨가 말랐고 기후변화 등으로 수년째 오징어가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아예 출어도 하지 못했다.

당연 울릉도 어민들에게 늘어나는 건 빚 뿐이다. 더 이상 기다리기도 어려워 오징어 조업 을 포기하고 전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럴려면 목돈이 있어야 한다.  방법은 어선 매각이다.

문제는 돈이 안되는 이 배를 살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은 감척 사업을 신청, 해결해야 하나 이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라 어민들의 한숨 소리만 높아가고 있다.

소형어선들이 모여있는 냉동공장 앞 어선들./김두한 기자
소형어선들이 모여있는 냉동공장 앞 어선들./김두한 기자

감척사업은 정부가 지난 1994년부터 수산자원에 맞는 적정 어선세력을 유지하고자 연근해 어선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십 년간 어업에 종사한 어민들은 이를 통해 목돈을 마련, 부채청산도 하고 다른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 감척 보상금이 일반 직장인들로 따지면 퇴직금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울릉도의 오징어뿐만 아니라 동해 연안이 전체적으로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서 감척신청을 하는 어민들이 많이 증가, 이마저도 쉽지않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항내 어선이 20~30척 정도 밖에 안된다./김두한기자
하지만 지금은 항내 어선이 20~30척 정도 밖에 안된다./김두한기자

매년 빚이 늘어나지만 감척도 되지 않자 울릉어민들은 "울릉이 조건불리지역인 만큼 감척 선정에도 이 부분을 고려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건불리지역이란 '어업 생산성이 낮고 정주 여건이 불리한 도서 및 접경지역 등에 거주하는 어업인' 으로 규정돼 있다. 일단 조건불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직접지불제를 통한 지원으로 소득 보전과 어촌지역 활성화를 도모해 준다.  살기 어려우니 간접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울릉 어민들은 "2018년부터 금징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조업이 불황을 겪어 어업조건불리지역으로 지정됐다"면서 어선감척사업에도 조건불리지역은 감척예산 증액 및 우선순위를 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몇년전만해도 한척의 어선이 잡은 오징어량이다. 그래도 많이 잡은 편이아니다./김두한기자 
몇년전만해도 한척의 어선이 잡은 오징어량이다. 그래도 많이 잡은 편이아니다./김두한기자

어선 감척 기준도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감척을 신청하려면 최근 3년간 본인 명의로, 계속 소유 선령이 35년 이상인 경우 최근 1년간 본인명의 소유, 최근 1년간 60일 이상 조업이라는 선이 충족돼야 어선잔존평가, 폐업지원금(경비를 제한 3년 평균 수입)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어업 소득이 높지 않아 조건불리지역이 된 울릉 어민들도 이 기준은 따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어업소득이 없었던 울릉어민들이 이를 맞추기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한 척이 밤새워 잡은 오징어다. 위판을 위해 중매인들이 오징어를 확인하고 있다. 유류대도 못하고 밤을 새웠다./김두한 기자 
지난해 한 척이 밤새워 잡은 오징어다. 위판을 위해 중매인들이 오징어를 확인하고 있다. 유류대도 못하고 밤을 새웠다./김두한 기자

 실제 지난해 울릉도에 잡힌 오징어 위판금액은 2억여 원으로 다른 해 어선 1척이 올린 어획량보다도 적다. 울릉도 채낚기 어민들의 실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 대목은 사실상  어선에서 수익은 발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감척폐업지원금도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감척 조건에 년간 조업일수가 60일이 넘어야 하기 때문에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도 조업일 수를 맞추고자 무조건 60일 이상 출어를 해야 한다. 이렇게 불합리한 조업을 맞추고자 어민들은 소득 없이 유류대를 지출하는 2중 3중의 고충을 겪고 있다.

한척이 잡은 오징어 활복을 하는 장면./김두한 기자 
한척이 잡은 오징어 활복을 하는 장면./김두한 기자

어민들은 현재 5t 미만 선박에 적용받는 표준 단가와 최근 10년 작업 실적을 적용해 어민들이 2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조업일수 등 감척조건을 맞춰도 이번에는 예산이 없어 해당 연도에 감척을 신청해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허다하다. 명년 감척이 안 되면 내년에 또 60일 조업일수를 맞추고자 출어를 해야 해 또 빚을 내 출어비용을 부담하고 이자도 지급해야 해 어민들의 삶은 망가져 갈 수 밖에 없다.

울릉도 경우 2024년에 14척의 어선감척을 정부에 신청했지만 6척 밖에 배당받지 못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지만 역시 오징어가 소식이 없자 2025년 올해는 26척 어선이 감척을 신청한 상태다. 

조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출어해 밤새 잡은 오징어 유류대도 안된다. 그래도 다행이다 1마리도 못잡는 경우가 태반이다./김두한 기자 
조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출어해 밤새 잡은 오징어 유류대도 안된다. 그래도 다행이다 1마리도 못잡는 경우가 태반이다./김두한 기자

특히 울릉도의 근해 어선 11~20t 7척은 감척을 신청해도 육지의 큰 선박 우선순위에 밀려 세월만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어업환경이 열악한 지역인 만큼 이 부분도 살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울릉도를 비롯해 동해안에서 오징어 조업은 막을 내린 것이라는 것이 해양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후가 급격하게 변해 열대성 고기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오징어가 잡히는 밤에 출어해 집어등을 켜면 유류대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조업일수 60일을 채우기 위해 아예 낮에 나가 시간만 채우고 돌아온다./김두한 기자 
오징어가 잡히는 밤에 출어해 집어등을 켜면 유류대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조업일수 60일을 채우기 위해 아예 낮에 나가 시간만 채우고 돌아온다./김두한 기자

따라서 정부는 이같은 실정을 감안,  울릉 어민들이 겪는 고초에 신속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 울릉 어업계의 요구다.

9.77t급 어선의 선장 겸 선주인 함기봉(71·울릉읍)씨는 “50년 넘게 오징어어업에 종사했는데 몇 년 동안 작업을 못해 빚만 늘어가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아예 한 마리도 못 잡은 상태에서 출어 일수 60일을 맞추고자 빚을 내 울며 겨자 먹기로 바다로 나갔다고 울먹였다. 

같은 9.77t급 어선 선주 겸 선장 이종만(71·울릉읍)씨도 “감척 조건에 최소 60일 이상 조업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이 조항이 어민들의 목을 더 옥죄고 있다"며 서류 맞추기 위해 빚내는 이 방침을 어떻게 좀 변경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울릉은 조건불리지역임을 이미 정부도 인정, 작종 지원금을 주지 않았냐며 어선 감척 우선 순위도 이를  적용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중국어선 울릉도 피항 2004년부터 매년 2천여척 가까이 그물을 이용해 오징어 길목 북한지역에서 싹쓸이를 해 정부에 수차례건의했지만 결국 오징어 씨를 말렸다./김두한 기자 
중국어선 울릉도 피항 2004년부터 매년 2천여척 가까이 그물을 이용해 오징어 길목 북한지역에서 싹쓸이를 해 정부에 수차례건의했지만 결국 오징어 씨를 말렸다./김두한 기자

김해수 전국채낚기 실무자 울릉어업인 총연합회장은 “어민들이 다 망한 후 감척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현재 식이라면 정부가 예산을 핑계로 대책도 마련치 않고 그냥 어민들이 못견뎌 자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나중에  버틴 어선만 사들이려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울릉어민들은 한때 우리 국민들의 밥상에 여러 수산물을 올렸고 그로인해 균형잡힌 식당 등 여러 유의미한 역할을 했었던 만큼 이제 수명이 다한 부분은 정부가 깔끔하게 정리, 새로운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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