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으로 탄핵심판에 넘겨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이 기각됐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의견은 엇갈렸다. 5명은 기각 의견을, 1명은 인용 의견을,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던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탄핵소추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해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게 됐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10시 헌재가 기각을 선고하자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해 “미국과의 통상문제 등 급한 일부터 추스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논란이 돼 왔던 탄핵 절차와 관련해선 “문제 없다”고 판결했다. 6명의 재판관이 국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됐으므로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만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으므로 파면돼야 한다는 국회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선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꾸리려 했다는 탄핵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탄핵소추안(29건) 중 헌재가 결정을 내린 9건 모두 기각됐다. 탄핵이 얼마나 마구잡이로 추진됐는지를 여실히 말해주는 부분이다. 헌재가 탄핵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은 사건의 중대성과 위법성이다. 위법한 사안이라도 탄핵해야 할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면 대부분 기각된다. 국회는 앞으로 소추권을 행사할 때 이를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공직자 탄핵을 남발하면서 국정을 마비시킨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