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는 환태평양 지진·화산대에 속해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하다. 역사적으로 메이오 지진(1496년), 게이조 지진(1605년), 보에이 지진(1662년), 안세이 난카이 지진(1854년), 간토 대지진(1923년), 난카이 지진(1944년) 등 90~150년 주기로 거대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초래했다.
거대 지진은 해구형과 직하형 두 가지로 나뉘며, 최근 일본 정부는 난카이 트로프 지역에서 30년 내 해구형 거대지진 발생 확률을 80%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일본 전역에서 지진에 대한 공포와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왜 난카이 트로프 지역인가?
난카이 트로프 진원지는 시즈오카현 연안에서 미야자키현 연안까지 약 700km에 걸쳐 있는 깊은 바다의 해구 지역이다. 이곳은 필리핀 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경계로, 판 구조 운동에 의해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 난카이 트로프 지역에서 머지않아 규모 8~9급의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이 과거 100년 주기로 다섯 차례나 거대 지진이 발생한 곳이며, 1940년 이후로는 장기간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이른바 ‘거대 지진 공백’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백 기간 동안 지각에는 섭입 과정에서 축적된 지진 에너지가 상당량 존재하므로, 지진 발생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은 지진 대책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로 꼽힌다. 에도시대부터 개울 속 메기의 이상한 행동을 지진 사전 징후로 인식해 왔다. 전국에 걸쳐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이 많아 지진 안전성이 높다. 또한, 활성 단층 조사, 지화학 모니터링, 지진계 및 GPS 관측 시스템 등 최신 과학 기술을 활용한 상시 지진 감시망을 완벽히 구축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진 발생 후 지진재해 저감시스템 구축과 대비훈련이다. NHK공영방송의 통상 지진, 쓰나미 재난방송과 얼마 전 지진재해 저감방안에 대한 NHK ‘미미요리 해설’ 방송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그러면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한가? 한반도는 판구조론적으로 지진이 빈발하는 판의 경계와는 떨어져 있다. 때문에 일본열도와는 달리 지진발생 빈도가 낮다. 그러나 신생대에 판내부에서 백두산, 제주도, 울릉도 등에서 대규모 화산폭발과 함께 지진이 일어난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에는 약 2400회의 지진 발생 기록이 남아 있으며, 최근에도 연평균 30회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16년의 경주 지진과 2017년의 포항 지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대부분 내진 설계가 부족해 직하 지진에 취약하며, 난카이 트로프 거대지진 발생 시 한반도 연안에도 쓰나미 위험이 존재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는 2만2325명의 인명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초래한 바 있다.
당시 일본에서 1700km 떨어진 칠레 해안에까지 2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하였다. 난카이 토로프 거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라면 한반도 주변 해안과도 가깝다. 따라서 난카이 트로프 거대지진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