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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공화국

등록일 2025-03-19 18:49 게재일 2025-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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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고문
장규열 고문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지식전달을 넘어,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 사교육비가 29조원에 이르며 한 해 7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학생수는 8만명이나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팽창일로다. 교육이 경쟁수단으로 변질되어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킨다. 저출산의 까닭이기도 하다.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과 공동체의 와해를 부른다.

대학입시 중심의 경쟁시스템, 공교육에 대한 신뢰저하, 학벌주의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일부 엘리트층은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교육을 활용하며, 교육이 사회적 계층을 고착시키는 수단이 되었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지불하는 고액의 사교육비는 가계에 큰 부담이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며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한다. 공교육의 위기는 어디서 왔을까. 교사들이 과중한 행정업무와 학습지도 밖의 업무에 시달리면서 교육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은 창의적 사고와 인격형성을 위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아니라 주입식교육과 입시경쟁에 내몰린다. 교육의 본질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교육이 무너지면서 공동체 정신이 스러진다. 이전에는 마을과 학교가 함께 학생을 돌보며 교육을 책임지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각 가정이 각자도생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한다. 엘리트교육을 받은 일부 계층은 사회적 책임보다 개인의 성공을 최우선시한다. 사회적 연대감을 약화시키고 공동체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사회계층 간 갈등을 초래하고 공동체 내 양극화를 부추긴다. 문제해결을 위해 교육에 공공선(public good)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교육이 개인의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과 공존을 위한 필수요소임을 분명히 해야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교육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창의적 교육 방식이 자리 잡도록 지원해야 한다. 주입암기식 학습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려면 공교육 내 보충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방과후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교육 수준별 학습지원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경제적 형편과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공교육 지원체계를 확대해야 한다. 교육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도록 공동체 중심의 교육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재편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계층이 가진 교육적 자원을 학교공동체와 공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사교육 팽창과 공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가치관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문제다. 교육이 경쟁이 아니라 공존과 연대의 수단이 되도록, 공공선을 중심에 두는 교육정책이 서야한다. 교육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발전을 위한 공공재로 기능하도록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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