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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등록일 2025-03-06 19:49 게재일 2025-03-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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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이건수 옮김)

마음이 울적할 때 따뜻한 침대에 누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더는 힘들게 애쓰지 말고, 가을바람에 떠는 나뭇가지처럼 나지막이 신음 소리를 내며 자신을 통째로 내맡기면 된다. 그런데 신기한 향기로 가득 찬 좋은 침대가 하나 있다. 다정하고, 속 깊고, 그 무엇도 끼어들 수 없는 우리의 우정이다. 슬프거나 냉랭해질 때면, 나는 거기에 떨리는 내 마음을 눕힌다.

따스한 우정의 침대 안에 내 사고(思考)를 맡겨 버리고, 외부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나 자신을 방어할 필요도 없어져서 마음은 이내 누그러진다. 괴로움에 울던 나는 우정이라는 기적에 의해 강력해져 무적이 된다. 동시에 모든 고통을 담을 수 있는 든든한 우정을 가졌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 젊은 시절 그는 산문시를 썼다. 위의 시에서 그는 우정을 “누우면 기분이 좋아”지는 침대로 비유한다. 들어가면 깊고 다정한 느낌을 주는, “신기한 향기로 가득 찬” 침대. 외부의 추위를 막아주는 우정 안에서 그는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기적적인 힘을 가질 수 있었다고. 우정이 삶의 침대가 되었던 때를 기억해본다. “떨리는 내 마음을 눕”힐 수 있었던 우정의 공간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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