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신
봄 숲에 드는 순간
쭈욱 뻗어 올라간 곧은 다리
보얗게 팔목을 드러낸 연초록 잎들을 보며
이팔청춘 나무들이라 이름 부르고 싶어졌다
장마가 휩쓸고 간 뒤
햇빛에 그을리며 다리에 근육이 야무지게 붙을 때쯤이면
사랑의 감미로움에 눈을 뜨고
이별의 뜨거운 번갯불이라도 한바탕 맞고 나면
더더욱 고요해질까
아픈 성장통을 아직은 까마득히 짐작조차 못 하는
싱그러운 봄 숲의 나무들
지극히 아름다운 이팔청춘 나무들,
가만히 불러보았다
젊은이들을 보면 자신의 청춘 시절을 떠올리는 나이가 되면, 봄날 연초록 잎들만 보아도 마음이 설레고 서글퍼지나 보다. 이 싱그러운 ‘이팔청춘 나무들’에서 “사랑의 감미로움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의식의 창에 영사되기 때문이겠다. 아직 아픔을 “짐작조차 못 하는” 나이, 하지만 머지않아 “이별의 번갯불”에 몸을 태우게 될지 모르는 인생의 봄날.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잃어버린 계절.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