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사저를 방문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석열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돼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에 마음이 무겁다. 국가 미래를 위해 여당이 단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예방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이 함께했다.
박 전 대통령은 1시간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현 국가상황과 민생에 대해 걱정하며 “개인의 소신이 있을 수 있지만, 집권당 대표가 소신이 지나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했다. 보수세력의 단합을 주문한 메시지지만, 누가 들어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총선을 보름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 변호사로 참여했던 도태우 후보자(대구 중남구)의 공천이 ‘5·18 폄훼’ 발언 논란 등으로 취소되면서 두 사람 관계가 서먹서먹했다.
지난 2022년 박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현 국회의원)가 느닷없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면서 ‘박근혜 사저정치’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유 변호사가 경선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당시 ‘박심(朴心)’의 정치개입에 비판적인 평가가 많았다.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이날 발언도 보수통합보다는 보수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 내에서 ‘12·3 계엄’에 대한 ‘한동훈 책임론’이 이슈로 부상할 경우 당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의 민심 이반현상은 심각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은 공통적으로 비상계엄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내일 조기대선이 치러진다고 가정하면 여당후보의 승산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도 아마 조기대선을 의식한 행보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 여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외연확장이다. 강성 지지층을 붙잡는데 당력을 집중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