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7일 “선관위는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데 따른 논란이 심상찮다. 선관위의 가족 특혜채용과 ‘소쿠리 투표함’ 사건 등의 비리에 이어, 지난주에는 선관위 전 사무총장이 정치인 연락용 ‘세컨드폰’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번 헌재결정이 공정성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헌재 결정 탓에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력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헌재는 국회 국정조사나 수사기관을 통해 선관위에 대한 외부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선거 때마다 선관위 감독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철저하게 할 가능성은 작다. 헌재 판결 바로 하루 뒤 민주당은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범위에서 제외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해, ‘카르텔 의혹’을 낳게 한다.
헌재는 같은 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결정에 대해서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결정해 정파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민주당이 추천한 마 후보자에 대해 ‘여야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었다. 지금 헌재에는 마 후보자 사건보다 먼저 제기된 탄핵심판 사건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다. 한 총리 탄핵심판은 국정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히 결론을 내야 하는 사안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골수 좌파 재판관이 한 명 더 있어야 대통령을 확실하게 파면시킬 수 있다는 헌재의 조급함이 드러났다”고 했고, 윤석열 대통령 측도 “대통령 탄핵심판의 의결정족수(6명)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헌재의 정치 중립성은 법에 대한 국민신뢰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금처럼 헌재가 사건심리 때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다면 헌법적 질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40%를 넘는 경우도 나온다. 헌재의 공정성 논란은 앞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