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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돌려달라” 가짜 조각가에 민사소송 건 청도군

심한식기자
등록일 2025-02-26 20:26 게재일 2025-02-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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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속여 미술품 수십점 납품<br/>전남 신안군 상대론 19억 챙겨<br/>공공기관의 허술한 검증절차에<br/>지역주민들 “뒷북 행정” 쓴소리

청도군이 가짜 조각가의 사기행각에 수억의 예산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청도군은 조각 사기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조각작품 예산 반환 소송을 제기해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가짜 조각가는 청도군의 사기 경력을 바탕으로 전남 신안군에서 수십억 조각작품의 납품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져 공공기관의 검증 절차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다.

청도군은 경력을 속이고 미술품을 청도군에 판매한 A씨를 상대로 계약 취소와 대금(2억9700만 원)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A씨의 조각품 사기는 2022년 수신인을 청도군수로 한 편지를 군청으로 보내며 시작됐다.

그는 이 편지에서 6·25전쟁 당시 참전한 외국 군인과 청도군이 고향인 자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이며, 어릴 적 이탈리아의 유명한 조각가 집안으로 입양돼 조각실력을 쌓았고 파리7대학의 교수도 역임했다고 소개했다.

어머니의 고향 청도를 위해 자신의 작품과 소장품 등 수백여 점을 모두 청도에 기증하고 싶다고도 썼다.

이후 군은 작품 ‘천사의 나팔’ 9점을 기증받아 청도레일바이크에 8점을 설치하고, 작품 20점을 구매해 신화랑 풍류마을에 19점을 설치했다. 군은 작품 설치비 명목으로 5700만 원 등 설치비와 작품비 명목으로 2억9700만 원을 A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조각상을 납품한 A씨의 학력과 경력은 모두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72)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청도군과 전남 신안군에 허위 이력을 내세워 조각작품을 납품하며 청도군에서 2억9700만 원을, 신안군에서 19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청도 조각품 납품에 대해 “기망 행위가 있었다”며 유죄를 확정하고, 신안군 사건은 “의심이 들지만 기망으로 계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청도군은 A씨가 기증한 조형물 9점과 작품들은 공공조형물 심의를 거쳐 조형물을 해체하거나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대해 주민들은 사전에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해 거액의 예산을 잃고 사후약방문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청도군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청도읍에 거주하는 김성호(32) 씨는 “사기를 치려고 달려드는 사람을 사전에 판명하기에는 쉽지 않았겠지만, 이런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는 당하는 일이 없어야겠다”며 “군민들의 혈세인 2억9000여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군이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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