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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 핫플레이스, 말도·보농도·명도를 가다

등록일 2025-02-25 18:49 게재일 2025-02-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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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석의 한국테마기행
장자도항에서 배가 출발하며 조망하는 우측의 대장도와 대장봉, 우측 뒤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선유도 망주봉.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옥도면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이름하여 ‘고군산군도’다. 63개 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중에 16개가 유인도다. 경관이 빼어난 유명 관광지로, 국가지질공원이기도 하다.

화산암으로 이뤄진 섬 하나하나를 다 소개하기에는 벅차다. 그래서 선별한 섬이 말도, 보농도, 명도다. 지난해 고군산군도 섬 중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3개의 섬으로, 2025년에도 그 여세를 몰아 가장 뜨겁게 부상되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차를 타고 장자도 선착장으로 가는 길도 화려하다. 새만금 방조대와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를 거친다. 배에서 조망하는 ‘무산십이봉(無山十二峯)’은 또 어떤가.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을 고군산 8경이라 부르는데, 방축도, 명도, 말도의 12개 봉우리가 마치 무사들이 도열 한 것처럼 보여 붙여진 명칭이다.

세계 최초로 다섯 개 섬을, 4개의 순수 인도교로만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1교는 말도~보농도, 제2교는 보농도~명도, 제3교는 명도~광대섬, 제4교는 광대섬~방축도로 총연장 1,278m이다. 이와는 별도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이들 도서에서, 힐링·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명품 트레킹 코스도 조성 중이다. 현재 미연결 구간은 제3교인 명도와 광대섬을 잇는 477m 뿐이다.

나머지 구간은 다 연결되었지만, 갑자기 문제가 터졌다. 보농도와 명도를 연결한 다리가 준공검사가 끝난 상황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통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다녀와 수많은 후기를 올렸다. 그곳에는 과연 어떤 경치가 펼쳐지는지,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명도와 보농도를 연결하는 제2인도교와 보농도.
명도와 보농도를 연결하는 제2인도교와 보농도.

오전 10시 40분, 장자도항에서 명도와 말도로 가는 1항차 고군산카훼리호를 탔다. 배는 출발하면서부터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선박 우측으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펼쳐지는 지척의 대장도 대장봉과 그 뒤쪽의 선유도 망주봉이 탐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선상에서 만끽하는 전망치고는 극치에 가깝다고나 할까.

배는 10분이면 ‘관리도’에 닿는다. 해안에 곶이 많아 곶지도(串芝島)였는데, 화살을 꽂아댄다고 ‘꽃지섬’이 되었다가 한자를 음으로 읽어 다시 ‘관리도’가 되었다고 한다. 깃대봉과 투구봉을 연결하는 등산로 주변에는 바다에서 융기한 듯 솟아오른 바위벽과 기암들이 금강산을 방불케 하는 곳이다.

두 번째 기착지는 방축도, 관리도에서는 배로 10분 정도 걸린다. 정면으로 보이는 방축도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말도와 보농도, 명도와 광대도가 도열하고, 우측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횡경도가 바다 위에서 뱀처럼 꿈틀거린다. 파도가 강한 섬으로 독립문바위와 시루떡바위 등 기암괴석을 구경할 수 있다. 배에서 조망하는 볼거리는 방축도의 랜드마크인 독립문바위다.

단도와 말도등대가 보이고 그 사이에 작은 도끼섬과 천년송이 보인다.
단도와 말도등대가 보이고 그 사이에 작은 도끼섬과 천년송이 보인다.

장자도 항을 출발한 지 약 30 여분이면 명도다. 말도와 방축도 중간 지점에 자리하는데, 마치 달과 해가 합해져 있는 것같이 물의 맑기가 깨끗하다 하여 명도라 부른다. 선착장을 지나면 좌측으로 화장실 건물과 안내도가 보이고, 마을 안쪽으로 연결된 임도를 따른다. ‘구렁이 전설 전망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더 오르면 철탑과 더불어 데크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보농도와 말도, 그리고 주탑 두 개가 세워져 있는 인도교가 그림처럼 다가와 펼쳐진다.

인도교가 가까워질수록 주변 해벽들도 절경이다. 다리가 정식으로 개통되지 않았음인지 작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부족함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10여 년 가까이 지체되고 있는 인도교의 전면 개통도 시급하지만, 용역 결과에 따라 케이블 등의 대대적인 정비나 전면 재시공에 대한 검토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인도인 보농도는 암릉과 숲길로 이루어졌다. 자연 그대로의 등산로도 있지만 오름길과 내림 길의 대부분은 가파른 데크계단이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말도로 연결된 제1 인도교는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다. 다리로 내려설 때와 건널 때도 마찬가지다. 말도로 올라서면서 뒤돌아보는 경치는 이번 탐방 최고의 절경이다. 독수리 모양의 달섬과 천연기념물인 주변의 습곡구조로 이루어진 책갈피 바위도 볼만하지만, 한꺼번에 펼쳐지는 보농도와 명도, 대장도와 선유도의 비경은 그 어느 것과도 비견할 수가 없다.

말도에서 보이는 보농도와 명도. 뒤쪽으로 대장도와 관리도 등이 보인다.
말도에서 보이는 보농도와 명도. 뒤쪽으로 대장도와 관리도 등이 보인다.

말도는 고군산군도의 끝에 위치해 ‘끝섬’으로도 불린다. 30여 가구가 거주하는 섬으로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등대가 들어서 있어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1909년에 세워진 것으로, 등대 불빛을 발하는 등명기는 37km 거리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단도와 등대 사이의 도끼섬은 갈매기의 서식처로, 천년송이 자라고 있어 꼭 한번 가까이에서 살펴볼 만하다.

지홍석 수필가
지홍석 수필가

말도와 명도로 가기 위해서는 배편 예약이 필수다. 하루에 두 번 운행하는 배 시간 때문이다.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은 178명, 이 중에 온라인으로 150명, 현장 발권은 28명에 불과하다. 섬 탐방에 주어지는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다. 1항차로 들어가 명도에서 내려 트레킹을 시작하거나, 말도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고 2항차의 말도 배시간(14:20)에 맞춰 여유 있게 빠져나오는 것이다. 명도에서 시작하는 총 트레킹 거리는 약 3.11km로, 2시간 전후가 소요된다.

꼭 섬에 내려서 탐방하지 않더라도 정기 여객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워낙 비경이 펼쳐지는지라 충분히 그 가치를 하고도 남는다. 제2 인도교인 명도~보농도 구간은, 케이블 절단 및 뒤틀림 문제로 인해 공식적으로는 다리의 통행이 불가하다. 2024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다녀오기도 했지만, 사전에 꼭 확인해 보고 다녀오길 권한다.

말도, 보농도, 명도, 광대도, 방축도를 연결하는 연도교와 트레일은 2025년 6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방축도에서 시작해 다섯 개 섬을 연계한다면 서해 최고의 히트상품이 될 것은 자명하다. 명품 트레킹 코스를 겸비한 K-관광 섬 육성사업의 주요 관광자원이 되어, 고군산군도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할 수 있음을 의심치 않으며 몇 달 후를 기다린다. /수필가 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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