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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지는 삼일절

등록일 2025-02-24 19:59 게재일 2025-02-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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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삼일절, 3월 1일, 그날, 경성의학전문, 중앙고보 같은 대학생, 고등학생들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여 독립을 선언하고 행진을 벌였다.

삼일운동은 시민운동이면서 동시에 학생운동이었다. 그러면서 삼일운동은 삼일혁명인 것이었다. 바로 이 삼일 항거의 여파로써 중국 상해와 각지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한제국, 곧 황제가 유일 주권자인 나라에서 대한민국, 온 국민이 주권자인 나라로. 삼일운동은 그래서 삼일혁명이라 불리어 마땅하다.

며칠 전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 광장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국의 시청 광장들 중에 가장 넓다는 그곳이 발디딜 틈 없었다. 느리다는 충청도 사람들이 광장에 빽빽히들 모여들었다. 방송사 뉴스들은 이도 다른 모든 것들처럼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다. 아무리 왜곡을 일삼아도 한번 방향을 잡은 불길, 물길을 막을 수는 없다. 드론이 유튜브로 송출해 보여준 광장은 탄핵 반대의 큰 물결이 바야흐로 거세게 북상 중임을 알려주고 있다.

돌이켜 보면, 계엄과 탄핵의 한 달 반은 오로지 서울 광화문에만 의지했던 것이었다. 서울 세종로 동화 면세점 앞 광화문 탄핵 반대의 인파는 주말마다 급속도로 불어났던 것이었다. 덕수궁 대한문 앞까지 꽉꽉 채우고 모자라 서울역 쪽으로 더 길게 자리를 잡은 때도 있었던 것이었다. 불법으로 발부받은 영장으로 대통령을 체포하겠노라고, 공수처가 한남동 관저에 들이닥칠 때에는 그 인파가 한남동에까지 몰려갔던 것이었다.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물결은 그러다 마침내 부산역 광장에 똬리를 튼 것이었다.

부산, 대구, 그리고 광주, 울산에 이어 대전으로 탄핵 반대의 물결이 지금 바야흐로 북상 중에 있다. 일주일 후, 3월 1일, 삼일절 날에는 이 사람들이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 진을 친 사람들과 하나가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고대, 부산대 등 전국의 대학생들이 지금 탄핵 반대의 선언문들을 릴레이식으로 낭독해 가고 있다. ‘태극기 부대’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쓴 탄핵반대 집회는 이제 2030 청년들이 함께 하는 젊은 집회로 탈바꿈을 했다.

반면, 탄핵 찬성 집회는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하는 노래 가사처럼, 지금 숱한 깃발들만 높이 들려 있는 형국이다.

과연 탄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방송사 뉴스는 ‘8대 0’이라고들 한다. KBS는 한술 더 떠 부정선거를 말하는 사람들을 정신병자 취급을 했다. 이 추적 아닌 추적 방송을 보고 누가 내게 해준 말. 도둑놈 보고 도둑질 했느냐 물어보고 안 했다고 하니 거 봐 안 했다잖아, 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왜 부정선거를 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졌는가. 그것은 극우 유튜버에 현혹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부정선거의 증거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기다려지는 올해의 삼일절. 이날은 부정선거라는 국민주권 유린 행위에 대한 전국민의 거부를 보여주는 날이 되어야 한다. 부정선거가 끔찍한 것은, 그것이, 현대사회의 기본 원리인 국민주권,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 표가, 제대로, 정당히 계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삼일절은 국민주권 원리를 다시 확인하는 삼일혁명의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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