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예
복숭아 나뭇가지 위
늙은 호박 한 덩이
묵상에 드셨다
애호박 때부터
사는 법을 수학한
수행자다
복숭아 나뭇가지 저만치
늙은 어머니
혼자 호미질하신다
어려서부터
체험 시를 써서 흙에 새기는
육필 시인이다
늙은 호박과 늙은 어머니가 조응한다. 둘 다 자연의 삶을 사는 존재자들이기에. 시에 따르면, 수행과 시는 이 자연의 삶에 그 본질이 있다. ‘애호박’ 때부터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마치 묵상하며 수행하듯 홀로 살아온 늙은 호박. ‘어려서부터’ 흙에서 혼자 호미질하며 살아온 어머니. 이 호미질이야말로 ‘체험 시’를 “흙에 새기는” 행위이다. 생존을 가능케 하는 노동은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