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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등록일 2025-02-24 19:51 게재일 2025-02-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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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예

복숭아 나뭇가지 위

늙은 호박 한 덩이

묵상에 드셨다

애호박 때부터

사는 법을 수학한

수행자다

복숭아 나뭇가지 저만치

늙은 어머니

혼자 호미질하신다

어려서부터

체험 시를 써서 흙에 새기는

육필 시인이다

늙은 호박과 늙은 어머니가 조응한다. 둘 다 자연의 삶을 사는 존재자들이기에. 시에 따르면, 수행과 시는 이 자연의 삶에 그 본질이 있다. ‘애호박’ 때부터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마치 묵상하며 수행하듯 홀로 살아온 늙은 호박. ‘어려서부터’ 흙에서 혼자 호미질하며 살아온 어머니. 이 호미질이야말로 ‘체험 시’를 “흙에 새기는” 행위이다. 생존을 가능케 하는 노동은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기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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