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가?

등록일 2025-02-20 19:45 게재일 2025-02-21 19면
스크랩버튼
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간이 아픈 분들이 꼭 진료를 받고 싶은 김정룡 의학박사가 계셨다. 오랜 연구 끝에 B형 간염백신을 개발했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이를 인증할 기준이 없어 보건복지부에서 인증 신청을 반려했다. 이후 1981년 프랑스와 미국이 B형 간염 백신을 인증하면서 한국은 세 번째로 B형 간염백신 개발 국가가 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남들이 만든 기준을 따라하는 패스트 팔로우어(Fast Follower)에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기준을 창조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큰 바다를 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장자’ 천도 편에 수레바퀴 깎는 사람이야기가 나온다. 왕은 책을 읽고 윤 편은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윤 편은 당돌하게 왕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옛 성현들의 책을 읽고 있다.”“왕께서 읽고 있는 책은 조백(糟<7CA8>·술 찌꺼기) 일 뿐입니다.”“네, 이 놈, 무엄하도다.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면 큰 벌을 받을 줄 알아라.” “저는 평생을 수레바퀴만 깎고 살아왔습니다. 조금만 느슨하게 깎으면 헐렁해서 쓸 수가 없고, 조금만 빡빡하게 깎으면 들어가지 않아 쓸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제 자신의 감각에 의존하기에, 어떻게 설명해줄 방법이 없어 아들에게도 전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왕은 윤 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겼는지 노여움을 풀었다.

우리는 종종 이념이나 이론에 얽매여 살아가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사건들이다. 보편적 이념에 구속되지 않으면 주체적 사고를 할 수 있고, 독립성과 생명력을 갖게 된다. 또한, 단순히 다른 사람이 공부해 놓은 것을 읽기만 하는 것은 죽은 공부이며, 실제로는 읽고 쓰는 것이 모두 필요하다. 배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 배웠던 것을 습득하는 데만 길들여지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잊게 된다.

우리는 읽기와 쓰기, 듣기와 말하기, 배우기와 표현하기의 경계에 서야 한다. 기준의 수행자보다는 조그만 기준이라도 창조자가 되어야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그래야 눈빛에 야성이 돈다. 고정되면 죽는다. 죽은 나뭇잎 새는 흔들리지 않는다. 경계에 서서, 이 추운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것만 살아있다.

경북농정에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논에는 그렇지 않아도 넘치는 벼만 심어야 하는가? 콩도 심고 사과·포도도 심을 수 있다. 인생도 2모작에서 4모작까지 가능하다.

청송은 ‘산소 자치단체’로 불리며, 울진·영양과 함께 ‘반딧불 도시’로 ‘항 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공공임대주택 대신 ‘산소 스마트’ 주택을 청년들이 살면서 갚을 수 있도록 공급하며, 최고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빌리지를 조성하고 있다. 육아환경은 육아왕국인 일본 돗토리현 수준을 능가하며, 모든 분야에서 기준을 창조하겠다는 생각으로 할 일이 넘쳐난다.

동해안의 바다연안에 물고기들이 접근을 못하게 하는 시멘트 콘크리트 해벽을 포스코 철강 생산 부산물을 이용한 에코 콘크리트로 바꾸니 어민과 물고기, 고래가 모두 기뻐하고,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수입 요청이 쇄도하여 포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호남에서 보내온 서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