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1년간 지속되면서 대구권 상급종합병원(수련병원) 의사수가 급격하게 줄고, 적자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대구권 수련병원 5곳(경북대·계명대동산·영남대·대가대·칠곡 경대)의 의사 수는 2023년 12월 1843명이었지만, 지난해 연말에는 1102명으로 40.2% 감소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사직이 주요 원인이다.
전공의 공백으로 진료가 줄어들면서, 수련병원의 적자도 심각하다.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최근 전국 11개 국립대병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실액은 5663억여 원으로 의정갈등 전인 2023년보다 2배(98.9%)가량 증가했다. 손실액이 가장 큰 병원은 서울대병원(약 1106억원)이었고, 다음이 경북대병원(약 1040억원) 이었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이탈 후 수술규모와 병상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개학이 임박한 이달말까지 의정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병원경영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증원 규모를 각 대학이 자율결정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의정갈등에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 대학입장에서 보면 의대정원 규모는 학교위상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집정원을 늘리려 할 것이고, 이게 현실화하면 앞으로 의대교수까지 전공의와 함께 집단대응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요즘 정부태도를 보면, 의료위기 사태가 1년이 됐지만 모든 의료시스템이 정상가동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의료시스템은 현재 내부적으로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 지금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대교수들은 밤새 당직을 서면서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수술하거나 외래진료를 해야 해 지쳐 있다. 최근에는 의대교수들도 대거 사직하면서, 대부분 수련병원은 부분적으로 돌아가는 진료행위 외엔 모두 파행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올해도 제자리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의료공백사태가 손쓸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