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금숙
아름다운 것은 쉽다
수리 발톱 같은 뿌리로 흙을 틀어쥐고
흙 속의 피를 빨아올려
태양계속에
벨벳보다 부드러운 수백 겹의 겹눈을 굽는다
푸르고도 연하고도 날카로운 가시는
대기 속의 화농을 쿡 찌른다
조롱도 자부심도 이 밀도 앞에선 잠잠
들어간 자는 나올 수도
나온 자는 들어갈 수도 없으니
이 감옥에서는 늘 불 냄새가 난다
(하략)
위의 시에 따르면, 장미는 역설적이게도 공격성을 통해 아름다움을 얻는다. “흙 속의 피를 빨아올”리고 태양빛을 받아 부드러운 이파리들을 구워내는 불로 사용하니. 이 공격성은 연하면서도 날카로운 가시로 대기 속의 화농을 찔러 터뜨리는 데서도 나타난다. 하여 그 가시로 대기는 더 깨끗해지는 것, 세계의 정결함을 지켜내는 가시는 장미 넝쿨을 함부로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요새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