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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목에서

등록일 2025-02-12 18:17 게재일 2025-0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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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

함성과 비명, 피비린내는 가라앉고

주검이 널렸던 골짝은 역사가 되었다

공주에서 부여로 통하는 우금치골

도대체 어디로?

분노에 떨며 솟아올랐던 호미, 낫, 쇠스랑, 대나무 창

회오리치던 바깥세상에서 볼 때

그들의 주먹이야 바위를 치는 계란

여기를 빠져나갔어도 어차피 죽음이 기다렸을 거라면

떠도는 혼백들에게 위로가 되랴

너무 몰랐다

안방에서 큰소리치던 권력자들도

운명이라 체념하던 천한 것들도

좁혀오는 그물에 갇혀 파닥이던 물고기

방향도 모르고 내달리던 울분.

“안방에서 큰소리치던 권력자들”은 모른다. 민중 속으로 퍼져나가는 분노를. 해소되지 못한 분노는 언젠가는 터질 터이다. 피비린내를 동반하면서. 동학 민중 봉기처럼. 비록 그 봉기가 “바위를 치는 계란”과 같았다고 하더라도, “좁혀오는 그물”처럼 “어차피 죽음이” 다가왔을 세상, 죽임을 당한 동학 농민들은 자신의 봉기를 후회하지 않으리라. 민중의 울분을 무시하는 권력이란 결국 몰락함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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