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나른한 세포들이 살아난다
슬픔과 지루함이 사라진다
권태와 묵은 때가 사라진다
무지와 타성이 사라진다
하얗게 생각이 증발해 간다
어디까지 가야 영원에 닿을까
생고생을 자처하며
한 발자국씩 움직일 때마다
엉덩이와 잔등은 규칙과 불규칙 사이에서 엇박자를 낸다
앞선 사람들이 찍어놓은 발자국에 발을 포갠다
땀방울이 고인다
호흡이 턱까지 차오른다
발품을 팔면 나를 만날 수 있을까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구절초가 나를 본다
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나를 본다
나의 보폭은 줄어들지 않는다
일시적이라도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의 상태에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시인은 ‘산행’을 추천한다. “생각이 증발”하면서 “나른한 세포들이 살아”나는 산행. 이 생각으로부터의 자유는 무(無)의 상태가 아니다. 영원으로 가는, “땀방울이 고”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 나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나. 이 ‘나’의 발견은 구절초나 소나무가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인지하면서 이루어진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