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에 자리 잡은 달구벌 대구는 낮은 산줄기가 연이어 펼쳐진 풍경이었다. 그 안에 자리한 들판은 마치 달처럼 둥글게 펼쳐져 있었고, 들판 한가운데로는 강물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습지가 넓게 퍼져 있어 자연의 풍요로움을 더해주었다.
대구는 광주와 함께 대표적인 ‘빨대 도시’로 불리며, 인근 경북과 전남 시군들의 땀과 눈물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행정과 교육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면서도, 대구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 하숙과 자취방을 제공하며 가용 자금을 마련해왔다. 이제는 대구가 달 구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를 때다.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신년 초가 되면 일본 자치단체의 시정연설과 장기발전 계획을 인터넷에서 찾아 꼼꼼히 분석해 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께서는 일본 돗토리 현의 ‘육아 왕국’ 정책을 눈여겨보시는 것 같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면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일본 돗토리 현의 합계출산율 1.80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돗토리 현 공무원만큼 경북도 공무원들이 자기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삼성 출신 헐크 이만수 선수는 대학 시절 무용과 여학생 이신화를 사랑했다. 그는 매일 새벽 십 리를 달려 그녀의 집 창문을 두드렸다. 지금도 그는 야구를 미치도록 사랑하며,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는 자비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지방행정의 열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어느 자치단체에 이만수 선수가 야구 사랑하듯, 자기 고향 발전을 위해 모든 걸 던질 수 있는 인물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문제다.
대구·경북에 중요한 시기가 찾아왔다. 대구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가 경관을 해치고 있는데, 이는 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대구 동구에 공항 이전으로 인해 약 250만평의 큰 땅이 생겼다. 또한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부지 539만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발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미 대강의 밑그림은 나왔지만, 계획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통합 신공항 건설 계획은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해야 하지만, 도심 이전 부지 활용 계획은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대구와 경북이 동원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은 한계가 있으므로,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도심공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접근해야 한다. 인류 치유의 답은 자연에 있다. 뉴욕 센트럴파크를 능가하는 거대한 공원을 만들어 음악회와 시민 피크닉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 또한 고급 전원주택을 지어 한국의 비버리힐스로 만들고, 개발 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자연이나 정원 박람회를 개최하여 세계인의 관심을 끌자.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자연을 통해 배우는 청색기술 연구센터를 건립하여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계기로 삼자. 돈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달빛 고속철도 건설을 포기하고 그 예산을 대구와 광주에 5조원씩 나누어 전 국민을 위한 자연 교실을 만드는 데 사용하도록 건의하고 관철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