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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묻다 (부분)

등록일 2025-01-20 19:20 게재일 2025-01-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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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숙

어느 분의 댓글에서 하룻밤을 묻어가시라는 인사를 보았다

분명 ‘하룻밤을 묵다’라고 적을 것을 오타가 난 것이리라

어둠 속 갈 곳 없는 하루가 버거워

무작정 달려가 어머니 치마폭에 고개를 묻고

펑펑 눈이 짓무를 때까지 울어본 사람은,

거친 어머니 손이

잔등을 쓸쓸 쓰다듬으며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던 잠이 있었던 사람은,

하룻밤을 묵은 것이 아니라

하룻밤을 묻은 것이다

(하략)

‘묵다’는 여정 가운데 쉰다는 것.‘묻다’는 무엇인가를 땅 안으로 넣어버린다는 것. 어쩌면 댓글을 단 분은 오타를 내지 않은 것 아닐까. 그도 어느 ‘하룻밤’, “어머니 치마폭에 고개를 묻”어본 일이 있는 이라면. 살면서 쌓인 설움을 쏟아내고 묻을 수 있는 넒은 품을 가진 존재자, 그는 어머니밖에 없다.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잔등을 쓸쓸 쓰다듬으며” 눈물을 다 받아 자신의 가슴 속에 묻어줄 수 있는 이는.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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