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영
대답 좀 해보세요!
나는 아버지를 흔들어 봅니다 통로마다 어둠이 있고 아버지는 묵언으로 삽니다 꽉 잠긴 아버지는 늘 한군데만 지키고 서 있습니다 답답합니다 그것은 소음에 진저리치며 두통을 앓기도 합니다 가족력은 아닙니다 비밀에도 층계가 있습니다 가족 사이 층계가 많아질수록 아버지는 점점 완고해집니다 그러다 스스로 층계에 갇혀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아버지, 아직도 번호를 찾지 못했습니다 황폐해진 대문을 열어 가끔 갇힌 고양이를 풀어주곤 합니다 아버지의 궁전에는 비밀이 녹슬어 갑니다 녹슨 열쇠도 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대답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저기 계신다. 예전보다 더 말이 없으시다. 무엇인가를, 어떤 비밀을 지키려고 하시는 듯이. 시인은 그 비밀에 접근하려고 하지만 “비밀에도 층계가 있”어서 들어가기 버겁다. ‘아버지’는 “층계에 갇혀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것, 비밀을 드러내놓으시지 않는다. 다만 갇힌 고양이와 대화하시는 아버지. 노쇠해진 아버지를 둔 분들도 아버지의 침묵과 맞닥뜨릴 때가 있을 테다. 이 침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