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주
한껏 몸을 이완시키고
새어 나오는 수만 갈래의 생각을
빗소리에 조용히 내려놓습니다
벌거벗은 모습을 거울 앞에 비추듯
상념 속에 떠돌던 내가
어색하게 마주 앉은 지점입니다
생각은 빗방울 숫자보다 많습니다
모서리가 부서진 비의 다정을 듣습니다
발각되고 싶지 않은 길 하나 만들어
잡념을 쑤셔 넣고 꿀떡 삼키겠습니다
(후략)
나이가 들면서 “수만 갈래의 생각”에 정신이 산란해지곤 하지 않는가. 위의 시는 이 ‘잡념’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도를 보여준다. 비 오는 날, “한껏 몸을 이완시키고”“모서리가 부서진 비의 다정을” 들으며 빗소리 앞에 자신을 세우고 자신의 나신을 거울 앞에 들여다보듯 응시해 보라는 것. 그러면 “발각되고 싶지 않은 길 하나 만들”어 그 길 안에 “잡념을 쑤셔 놓고 꿀떡 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