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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에 쌓인 불신 털어내려 특별감사 ‘칼’ 빼들었죠”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4-12-19 20:05 게재일 2024-12-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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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위기 돌파 나선 김성호 포항 구룡포수협 조합장

김성호(54·사진) 포항 구룡포수협 조합장은 지난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협이 어민들에게 꼭 필요한 은행이라는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분골쇄신의 각오로 일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취임 직후 특별감사와 직원 인건비 삭감 등 연일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 조합장에게 지역 수산업계의 현황과 쇄신방향을 물었다.

여신·고금리 자금조달 의혹 등

특감으로 명확히 진단 내릴 것

적자 악순환 고리 끊기 공감대

급여 삭감 등 ‘고통 분담’ 결의

감척단가 ‘반토막’ 줄도산 우려

어선어업 구조 현실화 등 절실

현재의 위기 ‘반면교사’로 삼아

기초단계부터 차근차근 바꿀터

 구룡포수협은 지난 9월 추석 전 전임 조합장이 상임이사 지도상무 등과 함께 수도권 지점을 격려하고 돌아오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보궐선거를 치렀다. 김 신임 조합장은 전임 조합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조합장에 도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누구나 어선어업이나 양식, 수산가공어업을 하다 보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업의 시작과 동시에 접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기관이 수협이기도 하다. 1996년 오징어 채낚기 어선을 시작하면서 수협에서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다. 1999년도에 어업인 후계자로 선정되면서 어선을 새롭게 건조하고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수협에 자주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수협을 방문할 때마다 수협이‘어민들에게 꼭 필요한 은행’이라고 절감하게 됐다. 수협 대의원을 시작으로 비상임감사, 한국수산업경영인 경북도회장 및 중앙회장,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등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언젠가 고향 조합장을 한 번 해서 그 노하우를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차에 조합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보궐선거가 이루어짐에 따라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어려운 시국을 꼭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에 출마하게 되었다.

-취임 이후 첫 행보가 특이하다. 특별 감사를 진행했다던데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면. 전임 조합장의 조카라 고민스럽지 않았나.

△우선 사사로움은 접어야 한다고 진작 마음먹었다. 특별감사는 조합의 경영평가와 현실을 자각하고 미래를 만들려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해서 실시했다. 또 그동안 조합에 쌓인 불신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특별감사를 실시, 그 결과를 조합원들과 공유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2022년∼2023년도에 많이 이뤄진 여신 부분과 1400억원의 고금리 자금 조달 관련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지난달 11일부터 15일까지 구룡포 상호본점을 시작으로 수도권 점포도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번 특별감사를 진행하면서 각 지점별 부실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많은 부분을 상기시켜 준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경북동해안지역 9개 수협의 부실채권 규모가 3000억원이 넘었다고 하던데 구룡포수협의 경영은 어떤가.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묘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북동해안 수협 뿐만 아니라, 전국의 2금융권이 모두 어려운 실정이다. 구룡포수협도 100년 역사상 가장 어려울 때다.  하지만 경제사업 중 위판사업은 작년 대비 10억 이상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 문제는 상호금융사업이다. 이 부분은 현재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전진해 나가고 있다. 특히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수협은행의 유능한 본부장급 직원도 스카우트 중이다. 전문가가 들어와서 수도권 점포에 맞는 여신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여러 준비가 끝나면 수협중앙회, 수협은행과 연계된 대출 및 여신 확대에 노력할 계획이다.

 적자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직원들도 나서고 있다.  노·사 상생방안을 논의한 결과 내년에는 급여 10% 삭감, 상여금 300%, 200%, 100% 차등 삭감, 연차 차등 반납 등에 합의했다.

 조합원들 역시 지도사업 예산을 80% 가까이 삭감해 고통을 함께 분담해줬다. 새출발의 기틀을 마련한 만큼, 전 임직원들은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마음을 나눠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2월 대대적인 감척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등록어선은 2022년보다 152척 줄어든 6만4233척으로 집계됐다. 해수부의 감척 사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1999년 한일어업협정특별감척(국제감척), 2001년 일반감척 때 많은 어선을 정리했다. 그간 수온변화와 남획 등으로 어자원고갈이 심각한 만큼 감척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국제 감척시에는 생산고 감척이 아닌 t당 정해둔 단가를 적용해 감척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3년간 어획고를 기반으로 감척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5~8년 사이 극심한 어획량 부진으로 어획고가 없다보니 반토막 단가가 형성됐다. 어획고는 보상기준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당연 적정수준의 감척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  많은 어선이 감척을 하고 싶어도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감척을 하지 못하는 실정에 이르러 있다.

 1999년 실시했던 t당 단가와 지금 실시하고 있는 3년간 어획고를 기반으로 하는 감척을 어업인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감척제도를 개선해야만 어선어업인들의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어선어업 연쇄도산은 어업인 뿐만 아니라, 어선원, 관련업, 수협 등 수산업계 전체로 도미노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전국의 어업인들과 특히, 동해안 오징어 조업 어업인들의 불만과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인 만큼, 해양수상부는 감척예산을 확대 편성하여 어선어업의 구조를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2년 6개월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며 조합을 이끌어 나갈 방침이다.  현재는 위기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조합원,직원들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겠다.

 임기 내 100%의 건실한 조합 건립은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수협을 만들기 위해 기초 단계부터 차근차근 계단을 쌓아 올리고 싶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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