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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 하며

등록일 2024-12-19 18:31 게재일 2024-1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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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이제 올해도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청룡의 꿈’으로 시작된 갑진년이 마음의 평화를 심어주며 내 일상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하루하루 일상과 마음을 적어온 일기장을 다시 넘겨보니 꽤 많은 날들이 빈칸으로 남아있다. 매일 썼다고 생각했는데 하얀 공백으로 있으니 나의 게으름일까? 마음의 평화였을까? 어찌했던 큰 어려운 일없이 보내게 된 한 해였다고 생각하니 아쉬움과 후회 없는 날들의 추억으로 채워야겠다.

길거리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축하하려는 장식 불빛이 현란하게 반짝이고 집에도 작은 꽃등을 달아두니 한 해의 정리와 함께 밝아오는 새해에 대한 마음이 곱게 물들어 온다. 그러나 느닷없이 터져버린 계엄 선포와 연이은 대통령 탄핵 소추로 국민은 충격과 허탈감에 빠졌으리라 보지만 나의 마음 또한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소용돌이는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내수침체, 환율 상승 등 경제 부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음이 안타깝다. 근래 부정 선거 논란에 휩싸인 국회의원 선거는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만 금메달 13개로 세계 8위에 오른 파리올림픽은 우리의 자부심을 높였다.

나를 돌아본다. 크게 기뻐할 것도 심각하게 가슴을 졸였던 것도 없었던 평범한 1년이었나 보다. 올해 초에 계획했던 일들은 대부분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먼저 문화원과 주민센터에서의 자기 계발 학습이다. 중국어를 배우며 덕분에 어학 실력을 쌓았고, 묵향을 맡으며 붓을 놀렸던 한글서예와 문인화 수업은 숨어있던 나의 취향을 일깨웠고 매주 동호인들과 목청껏 불렀던 가곡교실의 즐거움은 젊음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희열을 느끼기도 했기에 내년에도 강좌에 적극 참여하여 늙어가는 내적 역량을 유지하고 싶다.

나이가 먹을수록 육체적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큰 병 없이 1년을 지나왔다는 것 또한 다행이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한 맨발 걷기는 여전히 여러 숲길과 해변 모래밭을 걸었더니 작은 아픔이 사라지는 것 같고, 고교 동문들과의 매달 산행에도 참여하여 나름대로의 체력을 유지하여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정신적 활동은 뭐니해도 나의 글쓰기라 할 수 있다. 올해로 불혹의 나이가 된 형산수필 모임은 소담스럽게 가꾸어온 글밭의 낱알을 모아 제40집을 엮고 지난주 출판기념회를 하며 여러 문인들의 호응도 받고 보니 힘이 솟는다. 그 응원으로 신문칼럼도 수년간 계속하고 있으니 나대로의 글쓰기 힘을 기른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독서인데 매달 독서량을 채우지 못해 반성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뿌듯한 것은 두 번의 가족 해외여행이다. 멀지 않은 베트남과 일본을 둘러보았지만 나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었으니 내년에는 좀 더 먼 곳에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싶다.

며칠 남지 않은 날 동안에 지난 계획을 되돌아보고 점검하여 못다한 부분을 채우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써 보내어 새해 인사를 해야겠다. 내년에도 ‘맑은 마음 밝은 얼굴 고운 말씨’로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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