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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시장 점유 ‘골든타임’ 놓칠라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4-12-17 20:00 게재일 2024-12-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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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 기둥의 역할을 하던 반도체 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미국·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자칫 한국 반도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36조 원)를 돌파했다. 엔비디아·TSMC에 이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세 번째로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들었다.

美 반도체 설계 전문 ‘브로드컴’

시총 1조 달러 클럽 진입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3강’ 자리 꿰 차

TSMC도 내년 2나노 공정 양산

메모리 반도체분야 이끌던 삼성

HBM분야 도약 기회 앞서 주춤

트럼프 2기 ‘칩스법’ 손질 별러

보조금·세제 헤택 축소 불가피

탄핵 정국에 ‘협상 주체’ 사라져

국내 정치 불확실성 극복 ‘절실’

현재 브로드컴 시총은 삼성전자(13일 기준 약 335조 원)의 4배에 달한다. 삼성 역시 주문형 반도체 사업과 자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연계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AI 반도체 시대가 열렸지만, 오히려 삼성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 리더십마저 흔들리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대만 TSMC는 이달 초 국제전자소자학회(IEDM)에서 2나노 공정 관련 세부 정보를 공개했다. 직전 세대인 3나노 공정 대비 전력 소비량을 최대 35% 줄였고, 성능은 15% 올렸다. TSMC는 내년 하반기부터 2나노 공정을 양산한다.

시스템 반도체에 밀려 ‘조연 역할’에 머물던 메모리 반도체에서 AI에 최적화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등장하며 한국 반도체 사업에 다시 없을 기회가 찾아왔지만, 대내외 사정은 녹록지 않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주가·환율 변동 폭은 커졌고,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인력에 주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두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논의는 완전히 멈춰섰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저가에 저사양 D램·낸드플래시를 시장에 쏟아내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을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도 큰 변수다. 바이든 정부가 운영하던 반도체지원법(이하 칩스법)의 직접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각각 최대 64억 달러, 4억5천만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 받았지만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다. 반면 마이크론(61억6500만 달러)과 인텔(78억6천만 달러), 대만 TSMC(66억 달러)는 보조금을 확정했다.트럼프 정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지급을 받지 못한 점은 향후 주가는 물론 실적개선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이 아닌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 정부가 트럼프의 거친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데 탄핵정국을 맞아 협상의 주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 및 관세 정책 변화는 경제 개혁이라는 더 큰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하며 칩스 법에 포함된 보조금 정책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정치적 불확실성을 빨리 극복하고 권한대행체제 안에서라도 협상팀을 조속히 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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