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용
나비가, 흰나비가 어깨를 친다
고개를 떨군 슬픔의 무게만큼 무겁게
코끝을 스치며 날개를 흔든다
걱정하지 마
봄햇살이 따뜻하게 감싸니깐
난 흰나비가 되었거든
구름 밖으로 날아갈 거니깐
굵은 못 꽝꽝 박은 목관 틈새를 뚫고
가볍게 어둠을 벗어날 테니깐
(중략)
미안해하지 마,
날 딛고 일어서는 널 지켜주고 싶네
삶에 끌려 욕심부린 날들은 무명지에 둘둘 말아서
화장터에서 함께 태워버리게나
재가 된 내 뼛가루는 가볍게 강물에 날려버리게나
항아리에 넣어 다시 땅에 묻지 말게나
미련 없이 털고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에 힘이 붙도록
내 이름조차 비워주게나
날 부디 잊게나, 잊어주게나
시인은 화장터에 있다. 어떤 지인이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그이의 육신이 사라지는 시간, 시인은 그의 영혼이 화한 나비의 말을 듣는다. 나비는 ‘죽은 이’의 영혼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비는 슬퍼하는 시인을 위로한다. “날 딛고 일어서”라고. 그리고 자신을 완전히 잊어달라고, “내 뼛가루”까지 “강물에 날려버”려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야 “가볍게 어둠을 벗어날” 거라는 것.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하는 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