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강
새를 잠들게 하려고
새장에 헝겊을 씌운다고 했다
검거나
짙은 회색의 헝겊을
(밤 대신 얇은 헝겊을)
밤 속에 하얀 가슴털이 자란다고 했다 솜처럼
부푼다고 했다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
기다린다고 했다
횃대에 발을 오그리고
어둠 속에서 꼿꼿이
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꿈 없이
암전
기억해, 제때 헝겊을 벗기는 걸
(눈뜨고 싶었는지도 모르니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최근 발표한 시. 시 제목과 시 본문에 사용된 괄호는 어떤 의미일까. 마음 안에 품은 말을 가리키는 것 아닐까. 겉으로 드러내기 힘든. “(밤 대신 얇은 헝겊을)” 씌우는 일은 새가 암전 속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까. “꿈 없이/암전” 속에서의 “꽃꼿이/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일. 그것은 고통일지도 모르지만, 이때 “하얀 가슴털이” “솜처럼 부”풀 수 있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