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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명상)

등록일 2024-12-05 18:22 게재일 2024-12-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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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

새를 잠들게 하려고

새장에 헝겊을 씌운다고 했다

검거나

짙은 회색의 헝겊을

(밤 대신 얇은 헝겊을)

밤 속에 하얀 가슴털이 자란다고 했다 솜처럼

부푼다고 했다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

기다린다고 했다

횃대에 발을 오그리고

어둠 속에서 꼿꼿이

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꿈 없이

암전

기억해, 제때 헝겊을 벗기는 걸

(눈뜨고 싶었는지도 모르니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최근 발표한 시. 시 제목과 시 본문에 사용된 괄호는 어떤 의미일까. 마음 안에 품은 말을 가리키는 것 아닐까. 겉으로 드러내기 힘든. “(밤 대신 얇은 헝겊을)” 씌우는 일은 새가 암전 속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까. “꿈 없이/암전” 속에서의 “꽃꼿이/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일. 그것은 고통일지도 모르지만, 이때 “하얀 가슴털이” “솜처럼 부”풀 수 있기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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