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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일 남은 대한체육회장 선거 시작도 전에… 공정성 시비·잡음 ‘얼룩’

이석윤기자
등록일 2024-11-28 18:45 게재일 2024-11-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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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이기흥 회장 ‘3선 도전’  논란<br/>      5000억 예산·인사권 쥔 현직 회장의, 현직 회장을 위한 선거<br/>     휴대폰 기표 인증 ‘충성 맹세’ 논란·예견된 ‘死票 방치’도 문제<br/>   “체육계 자발적 자정·출마 예정자들 클린 선거 캠페인 동참을”

약 5000억원 규모의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한체육회가 공정성 시비에 몸살을 앓고 있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회장 선거를 앞두고 시작도 하기 전에 각종 잡음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은 회장직을 역임한 8년여 기간 동안 다양한 비위 의혹 등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부터는 정부 소관 부처(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에 비위가 적발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문채부는 점검단 발표를 근거로 관련 법에 따라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한 상태다.

하지만 업무 정지중인 이기흥 회장은 행정명령 가처분 신청과 ‘3선 도전’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하지 못한 기존의 선거 관행을 바로잡는 게 새 회장 선출 만큼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예산·인사권 모두 쥔 현직…지기 어려운 ‘그들 만의 리그’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 주요 혐의는 직권남용과 금품수수, 횡령 및 배임이다. 논란의 중심엔 ‘자녀 친구’ 채용비리도 있다. 체육회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과 특정 인사 올림픽 대표단 배정 등 주로 도덕성과 공정성 문제 등이란 게 국무조정실의 설명이다.

‘체육·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장 선거는 전국 약 2300여 명의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된다. 총 64개 정회원 경기단체와 4개 준회원 경기단체, 17개 시도체육회, 228개 시 군구 체육회등 각각의 선거인 수 배정에 따라 최종 선거인단이 정해진다.

선거인단은 크게 지정표와 무작위 (랜덤)표로 나뉜다. 대한체육회 대의원과 정·준 회원종목단체(임원, 대의원, 선수, 지도자 등), 회원시·도체육회(임원, 대의원, 선수 등), 시·군·구체육회(임원, 대의원 등) 중 지정 및 추첨에 의해 결정된다.

선거인단 구성 방식이 바뀐 건 최근의 일이다. 기존 전체 대상 ‘무작위 추첨’ 방식이던 걸 228개 시군구 선거인단을 지방체육회에서 선거권의 자격을 특정인에게 지정할 수 있는 ‘지정 선거인’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체육회장 선거는 중앙선관위 의무위탁 선거법이 적용된다. 공공제 성격의 국가 전문(엘리트)체육 단체란 점과 공정성이 강조된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현직 회장의 보은을 받는 지정 선 거인단이 선거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표 인증 휴대폰 ‘충성 맹세’도 논란이다. 지정 선거인을 넘어 추첨으로 선정된 선거인들에게 조차 “어떤 후보를 찍고 증빙 문자보내라” 등 상명하달식 ‘패거리 문화’가 소신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 제7항에 의거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선거를 목적으로 선거인을 매수해선 안된다. 이해유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들 만의 리그에선 무용지물일 뿐”이라며 불공정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현직 회장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예견된 ‘죽은 표’

사표(死票) 문제도 제기된다. 사표는 선거 때 낙선한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를 의미한다. 생업이 걸린 전국의 체육인들을 ‘하루 짜리’ 선거에 자발적 ‘상경’을 강요하는 탓에 이른바 ‘예견된 죽은 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수 이상의 체육 행정가는 “체육회장 선거인단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선거하는데 ‘윗선 개입’ 등 이해관계 없는 체육인들이 하루 생업을 포기하고 ‘투표 상경’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을 새겨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날씨 리스크도 사표 증가에 한 몫한다. 이기흥 회장은 2016년 10월 5일 첫 통합체육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그는 전체 892표 중 294표를 획득했다. 2위인 장호성 단국대학교 이사장(당시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장)과 불과 81표 차이였다.

선거 당일 북상하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충청이남에는 강한 비가 내리고 경북과 제주 등은 강풍으로 항공기 결항이 속출했다. 결국 날씨로 인한 사표가 ‘하루 짜리’ 체육관 선거가 갖는 공정성과 대표성의 한계를 방증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해외 거주 동포들에 대한 소외 개선의 목소리도 높다. 미주 지역 체육회에서 활동 중인 한 임원은 “각국 재외동포체육회는 전 세계 약 50여개국에서 활동 중”이라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재외동포 체육인들의 투표권이 전무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낡은 선거 관행 타파는 차기 체육회장에 도전하는 모든 후보자들의 공통 분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후보자는 “관행적인 휴대폰 인증 압박 등 채육인의 양심을 훼손시키는 논란이 적지 않은 만큼 많은 후보자들이 동참하는 공정 선거 캠페인 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14일 치러진다. 회장 후보자 등록 기간은 내달 24∼25일이다. 선거에는 이기흥 현 회장을 비롯해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와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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