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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여, 아침밥상을 책임져라!”

등록일 2024-11-28 18:33 게재일 2024-1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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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나의 취미는 김삿갓이나 김시습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달처럼, 별처럼 흘러간다. 영주는 내가 좋아하는 부석사로, 자주 들러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만추 여행은 혼자 떠나는 게 제격이다. 산천을 해찰하다가, 근처 시장 주막집이나 옛맛 내는 식당에 앉아 배낭에 넣어둔 시집을 꺼낸다. 그리고 그 지역 시인의 시를 읽고 노래도 부른다.

얼마 전엔 풍기 오일장에 송이 냄새를 맡고 싶어 다녀왔다. 평안도 출신이 창업해 2대째 50년을 이어온 ‘서부냉면’에도 들렀다. 서부냉면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손으로 맷돌로 메밀을 갈아 썼는데, 지금은 며느리가 물려받은 맷돌을 전기로 돌리고 있다. 진한 육수는 닭과 소고기를 사용한다. 전국 어디든 소고기가 맛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영주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뛰어노는 소들에게서 얻은 소고기가 가장 뛰어나다. 면발은 쫄깃하고, 곁들여 나온 열무김치는 담백하다. 무엇보다도 양념이 과하지 않아 순수한 맛이 돋보인다.

나그네의 허전함을 달래 줄 게 무엇이 있겠는가? 증류주의 강자라 불리는 ‘안동소주’를 한 병 주문한다. 깔끔한 맛이 여운도 안남기고 목젖을 타고 넘어간다.

‘그리운 부석사’라는 정호승의 시집을 꺼내 읽는다. 경상도 출신이지만 시만 보면 사삭스러운 전라도 출신 같다. “…./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눈물 속에 절하나 지었다 부수네….”

어둠이 깔리자 발걸음을 부석사로 옮긴다. 절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풍경(風磬) 소리는 사랑에 빠진 연인의 밀어다. 저 풍경은 불에 달군 쇳조각을 망치로 두드린 후, 차가운 물에 식혀 삼가는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던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 소리에 마음을 가다듬는다.

영주는 ‘삼홍삼백’이라 불릴 만큼 특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고기와 사과, 감의 삼홍과 인삼, 쌀, 인견의 삼백이 유명하다. 땅이 기름지기 때문이다. 술에 취하니 이른 아침 출근하는 남편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가슴 졸이는 아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세상에서 사람의 건강에 가장 좋은 식품은 계란이다. 완숙보다는 반숙 이하가 좋다. 비릿하다면 들기름을 한 스푼 넣어 먹으면 된다.

여기에 사과 한 알, 사과가 싫으면 토마토를 삶아 같이 드시면 만사 오케이다. 그래도 허전하면 영주 쌀로 만든 인절미나 시래기나 시금치 된장국을 곁들이면 좋다. 달걀 2개씩만 매일 먹어도 의사들의 얼굴이 노래진다. 상자 안에 가두어 키운 닭보다 자연 방목한 닭이 낳은 달걀이 훨씬 좋다.

다만, 자연 방목 닭을 키우는 건 쉽지 않다. 족제비나 살쾡이 같은 외부 동물 침입이 문제인데, 진돗개를 훈련 시켜 경비를 서게 하면 된다.

곤충산업까지 함께 육성하면 세계 최고 달걀을 생산할 수 있다. 영주 노인들의 부업이나 취미로도 적합하다. 큰돈 벌이는 아니어도 손자들 학용품 사줄 정도는 된다. 야트막한 야산을 활용해 저밀도로 닭을 키우고 전국에 달걀을 아침 식사용으로 배달하는 거다. 국민들에게 선물하면 전 국민이 건강해지고, 사과 판매량도 늘어난다. 복날 여름에는 풍기 인삼과 달걀을 낳는 토종닭도 함께 드린다. 영주시민들의 땀방울로 전 국민이 건강 걱정 없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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