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지상 깊은 곳에 드리워진 세상의 나무들은
지금껏 죽어간 아이들의 수와 일치한다
나는 이런 근거 없는 확신에 싸여 있는데
나무가 나무를 떠나지 못하는 건 사람들 때문일까
사람들은, 왜 나무를 떠나지 못할까
대낮에 나무에 기대 울면서 나는 의문에 싸여 있는데
죽은 아이들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던진 나무에
살아가는 세상 모든 것은 왜 스스로 붙잡힐까
오늘도 어디선가 산 채로 불타고 있을 나무들을
죽은 아이들은 대낮이 잿빛이 되도록 왜 거두지 않을까
어떤 의문은 유일한 답이 된다
시인은 나무들로부터 “죽어간 아이들”을 본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아이들은 “산 채로 불타” 죽어간다. 가자와 레바논. 시인은 그렇게 생명을 펼치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나무에 기대 울”고 있다. 그 나무들을 “죽은 아이들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던진” 넋이라고 여기면서. 아이들은 그 나무들을 “대낮이 잿빛이 되도록” 거두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에 자신의 죽음을 증언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