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은 무척 시끄러웠다. 생각을 달리하는 두 ‘집단’이 각기 거의 같은 시간에 시내에 집결했다. 모인 사람들 수가 몇 만 단위를 넘었다고들 주장된다. 당분간 이런 시절이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미리부터 나 자신에게 다짐을 해 둔다. 이번에는 어디에도 ‘나가지’않으련다. 고민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난 20년 전, 평론집 ‘행인의 독법’을 낼 때 심정으로 돌아가 보자는 것이다. ‘행인’의 심정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냉연히,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모든 것이 기이하리만큼 이상했다. 정부는 단순히 무능력한 것만 아니고 무언가 모를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음모론’이라 매도되는 모든 가설과 추론이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었다. 문제의 선박은 출항 일자부터 항로, 구조 과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납득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이 전대미문의 참사는 2년 후 정부가 무너지는 것으로 이어졌다. 국정농단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의 의문은 그 시점부터다. 정부가 바뀌었는데, 어째서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걸까. 선거 때 참사의 선박이 인양되기는 했다. 그뿐이었다.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은 없었다. 참사 때문에 들어선 정부, 진실을 요구하던 단체들, 모두들 딴전을 피웠다. 허무한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아무것도 한 일 없는 정부가 다시 한번 새로운 정부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탄핵’을 하자는 말들이 쏟아졌다. 왜? 내게는 이유가 보이지 않았다. 몇 달이 흘렀다. ‘핼로윈 데이’. 이태원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원인은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정부로 책임을 돌리려고들 했다. 사고 당시의 동영상 기록 등 앞뒤 상황은 의문투성이였다.
걱정과 번민 속에서 사태의 진실에 다가가고 싶었지만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이태원 인파들 가운데 특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유튜브 채널들은 사람들이 어디서 희생되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특정 세력의 개입은 없었는지를 따지고 있었다. 공개된 영상들이 조작된 것이라고 믿은 어떤 이는 장례식장, 분향소를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는데, 이는 나중에 야당 대표가 테러를 당했다는 데 대해서도 진위 여부를 따지다 고발을 당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내게 하나 깨닫기는 게 있었다. 신문·방송을, 유튜버들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 이들의 무성한 수풀을 찬찬히 헤쳐 누가 정말로 진실을 말하는지 헤아려야 한다. 선거도, 여론조사도, 그렇게 엉망진창이어서는, 베일에 가려 있어서는, 민심 그것과는 현격한 거리가 생기는 법이다. 원인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치는 소리에 너무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가상현실’이 진짜 현실은 아닐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야흐로 시작된 11월의 사태,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 번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생각한다. 모든 ‘진실’에 의문을 품고 있는 나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 그것은 같은 일이 두 번 똑같이 일어나가는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 바로 그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