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재단은 지난달 25일부터 2024 포항융합예술주간 ‘제6의섬 ’을 개최하고 있다.
‘제6의섬’은 포항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섯 섬과 호수 셋을 역사적, 지리적 바탕으로 융합예술을 선보이는 기획으로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나는 5도 중 하나인 상도동에서 태어나 송도에서 살고 있다. 그야말로 평생을 5도의 햇살과 바람을 입고 산 셈이다. 어쩌면 나 자신이 융합 예술의 한 요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되는 현장을 찾았다. 가까이 있는 송도 바다를 먼저 찾았다. 평화의 여상과 다이빙대는 설치된 연한으로 따진다면 포항의 상징물로 대접 받기 충분하다. 그러나 추억의 장치쯤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포항해상공원과 함께 시선에서 밀려나 있던 평화의 여상과 워터폴리를 무대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참으로 신선한 발상이었다.
송도 평화의 여상에 연출된 ‘Song도포tal’ 빛과 소리로 공간을 꾸몄다. 송도 바다 위에 거대한 달을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바라보았을 때 가운데 설치된 빛의 공간으로 토끼가 등장할 것만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서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악에 몸을 맡겨도 좋지만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들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30분 이상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비가 내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수평선에서 달이 떠오르면 또 어떨까. 춤추는 포스코의 야경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마침 선배 두 분과 일부러 동빈문화창고까지 걸어갔다. 시간이 고인 옛 골목이 기지개를 켰다. 9섹션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르 썽띠넬 2024’ 막을 걷고 들어갔을 때 자글자글 로봇이 돌아다니며 만들어내는 소리에 압도되었다. 무대에 나타나는 우리 삶과 관련된 낱말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로봇과 맞서보라는 안내에는 차마 따를 수가 없었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과 아직은 융합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메탈 레이브’ 형산강 오염도가 주는 소리는 신기함을 넘어 안타까움이었다. 형산강의 신음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망둥어, 어린숭어와 어우러지던 생명의 강이었다. 신음 같은 그 소리를 오래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우는 쇠; ’떠는 쇠‘도 진동이 주는 새삼스러움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
‘미상의 푸른 돌멩이’ 슬래그의 예술적 변신과정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쇠똥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탐색과 기술의 과정을 거쳐서 예술이라는 장르로 연결되었다. 문득 이 과정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염료를 식물과 광물에서 구해 왔다. 그렇게 본다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갑자기 만들어 진 게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철이 오늘날까지 인류와 함께 하는 것은 다른 금속과 융합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술이 예술을 재해석하고, 인간 삶에 들어와 미학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이 있고, 또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포항과 시민들은 어떤 삶을 또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까? 예술을 품은 기술, 기술로 재해석해 보는 예술, 융합예술이 실현되는 포항 제6의 섬, 꿈꾸는 포항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