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역사

등록일 2024-10-06 19:18 게재일 2024-10-07 18면
스크랩버튼
마광수

역사책은 참 이상하다. 왕과 장군의 이름만 나온다. 워털루 전쟁 대목에서도,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졌다”라고만 돼 있다. 어디 나폴레옹이 싸웠나? 졸병들이 싸웠지. 역사책 어느 페이지를 들춰봐도 졸병 전사자 명단은 없다. ‘삼국지’를 봐도,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제갈량한테 대패(大敗)하다”라고 되어 있다. 어디 조조와 제갈량만 싸웠나? 졸병들이 싸웠지.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낸 고 마광수 교수의 시. 마 교수 세계관의 근저를 보여주는 위의 시는, 책에 기록된 ‘위대’하고 ‘고상’한 세계에 진실이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전쟁만 해도 장군이나 왕이 싸운 것처럼 책에 쓰여 있으나 사실은 “졸병들이 싸”우지 않았나. 하지만 역사책에는 “어느 페이지를 들춰봐도 졸병 전사자 명단은 없”다. 이에 문학은 고상함을 벗어버리고 저 ‘졸병-하층’의 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