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배
바람이 다니는 길이 있었다.
풀씨가 뒤를 따랐고
나무가 길을 내었다.
들꽃들이 달려가자
벌 나비가 뒤를 쫓았다.
바람이 다니는 길이 있었다.
산새가 누군가를 부른다.
다람쥐 가족이 기어들었다.
노루가 돌아다보았다.
돼지가 고목에 몸을 비빈다.
풀섶을 헤치며 약초꾼이 나타났다.
바람이 다니는 길이 있었다.
해가 비추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뜬다.
여전히 풀꽃은 나무들과 길을 떠난다.
저들과 하염없이 걷는다.
엄마가 막내랑 토방에 앉아
강낭콩을 까고 있는
오두막이 나올 때까지.
길은 사람만 내는 것이 아니다. 자연 자체가 낸 길이 있는 것. 그 길로 바람이 지나가면, 풀씨와 들꽃들, 벌 나비가 바람 뒤를 따른다. 산새, 다람쥐 가족, 노루, 돼지와 같은 동물들과 약초꾼까지 바람을 따라 그 길로 들어온다. 하나 시인은 그 길의 존재를 과거형으로 회상하듯 말한다. 그 길은 시인이 엄마와 함께 살았던 고향 오두막으로 향하는 길이기도 했던 것, 현재엔 그 오솔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