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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환경 지킴이가 되자

등록일 2024-09-26 19:37 게재일 2024-09-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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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되어 우리나라 남부를 휩쓸고 지나간 후, 바닷가를 걷다 보면 많은 해양 쓰레기들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저께 밤에도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영일대 해수욕장을 걸었는데, 파도가 모래밭 끝까지 갈 듯이 밀려오면서 까만 해조류 뭉치들을 흩어놓고 있었다. 그것들을 피하고 걸으면서 ‘저걸 누가 어떻게 치우지?’하고 걱정했는데 다음 날 보면 해변은 말끔히 치워져 깨끗했다.

밤에는 해양쓰레기를 일일이 살펴볼 수 없지만 주로 해조류(海藻類) 무더기이고, 다음 날은 또 색깔이 다르다. 플라스틱 병과 어구 그물도 섞여 있고 나무토막도 보인다. 해조류들을 뒤적이며 줍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초록색은 파래이고 까만 것은 미역이나 모자반이며 누른 것은 꼬시래기라고 하며, 자기는 주로 청각을 고르고 있는데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맛있다고 일러주기도 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걷기운동 준비를 하여 바닷가로 나갔다. 얕게 깔린 구름 사이로 9월의 맑은 햇살이 뚫고 나오는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래밭을 걷고 있었고, 하얀 모래밭에는 검은 무더기들이 길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먼저 눈에 띄는 곳으로 갔더니 고둥과 조개 껍질이 무더기로 깔려있어 쓰레기라기보다는 예쁜 장난감처럼 보여서 몇 개 주웠다. 굴 껍데기가 몇 개씩 붙어있어 인공 작품 같은 것도 보이고 동글동글한 연한 갈색 고둥도 예쁘고 까만 키조개는 내 손바닥보다 크다. 죽어서 바다 밑에 있다가 조류에 쓸려온 것이다. 지나가며 ‘살아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무더기가 큰 곳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단복을 입고 쇠스랑 갈퀴 등을 가지고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긁어모으고 있었고 트랙터가 다시 그것들을 한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참 고마운 분들이 봉사활동 하시는구나 하고 물어보니 두호동과 중앙동에서 일하러 나왔다고 한다. 아마 해양 환경미화원인 ‘바다 환경 지킴이’인 것 같다. 2팀 20여 명이 열심히 모래밭을 청소하고 있었다. 30여 년 전 대학에 있을 때, 당시 북부 해수욕장을 자주 지나면서 보니 쓰레기가 많이 보였던 터라 매주 한 번 정도 학생들을 동원해서 쓰레기를 줍게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즈음은 플러깅(plugging)이라 해서 운동 삼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곤 하는데, 몸을 구부렸다 펴거나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작업이라 일석이조의 효과이니 홍보가 많이 되었으면 한다.

‘반려해변’ 활동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데 기업, 단체, 학교 등이 특정 해변을 맡아서 반려동물처럼 키우고 돌보는 ‘해양 입양’ 프로그램으로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처음 시행하여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약 1만5000km 해변을 가진 우리나라에는 꼭 필요한 일일 것 같고 2년 전부터 80여 개 기관이 60여 개 해변을 맡아 자연보호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양 쓰레기도 연간 14.5만 톤 이상이고 83%가 플라스틱이며 이로 인한 해양 사고도 매년 5백 건 이상이라 하니 각 지자체에서도 적극 추진해야 일이지만 민간 활동으로 해안을 지키자는 바다 환경 지킴이의 의식도 확대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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