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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등록일 2024-09-18 18:19 게재일 2024-09-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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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빗소리가 만들어주는 공간. 빗소리가 들리므로 열리는, 저 공간이 살아나는, 그러므로 따라서 갈 수 있나. 할 수 있을까. 빗소리를 따라 한다면, 비를 따라 한다면, 어떻게? 비의 이음새처럼. 비의 물갈퀴라는 듯이, 비의 지느러미라는 듯이. 그 공간. 내내 있으면 문득 비에게 우엉을 주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데. 우엉밭에서 우엉을 캐다가 비에게 건네고 싶어. 이 공간. 빗소리가 계속 공간을 만드는데. 우엉을 건네나, 비에 씻긴. 이 빗소리에서 저 빗소리까지의 공간감. 거기서 나는 생겨나나. 생겨날 때 나는 건네는 것, 건네지는 것이라고. 그 공간과 빗소리와.

한옥에 살아본 사람은 빗소리가 주는 감각의 기억을 갖고 있을 터, 위의 시는 그 빗소리가 가져오는 어떤 변화를 섬세하게 말해준다. 빗소리에 새로 공간이 열리고 살아난다는 것을. 시인은 나아가 빗소리를 어떻게 따라갈 것인지, “비의 지느러미”가 될 것인지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새로 생겨난다는 것을 느끼면서. 빗소리에 자신을 “건네”고 자신이 “건네지는” 가운데 ‘우엉’처럼 변화하고 있는 ‘나’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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