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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의 추석 맞이

등록일 2024-09-12 19:49 게재일 2024-09-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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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계절의 신’도 건망증이 있는지 선선하다는 가을바람은 낌새도 없고 아직도 초가을 폭염이 들끓어 열대야에 밤잠을 뒤척이게 만든다. 거기에다 경북지역은 가뭄까지 겹쳐서 청도 운문댐과 영천 자양댐의 저수율이 반도 못 미치고 있어 주의 단계이며 두 저수지를 수원지로 삼고 있는 대구와 포항 등은 목말라가고 있는 형편이다.

산천에 물이 마르면 곡식과 과일도 알차지 못하다. 영천 꿀사과도 튼실하지 못하고 일부 지방의 산에는 송이버섯도 모습을 감추었다고 이번 추석 특수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농민들은 한숨을 쉰다. 어저께 남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린 곳도 있지만 동해안에는 가는 빗줄기가 스쳐 가며 조금 시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추석 연휴에는 30도 이상의 더위가 남을 거라고 하니 즐거워야 할 명절이 심히 걱정된다.

언뜻 가을 추(秋) 한자를 살펴본다. 벼 화(禾)에 불 화(火)이니 벼를 뜨거운 햇볕에 잘 말리라는 뜻이겠지 했는데, 불의 의미가 이상해서 자료를 뒤져보니 갑골문(甲骨文)에는 메뚜기 모양이 그려져 있다. 누렇게 익은 벼잎에 붙은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었다는 뜻이란다. 그래, 옛날 시골 초등학교 다닐 때 들판의 논두렁에서 벼잎에 붙어있던 메뚜기들을 잡아서 신주머니에 넣어오면 어머니가 기름에 볶아서 맛있는 반찬으로 해주셨던 기억이 아련하다. 이 가뭄과 더위에 그 녀석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숱하게 뿌려졌을 농약으로 살아있기나 할까? 벼농사 또한 덥고 습한 날씨와 물이 가득한 논에서 잘 되겠지만 올해는 좀 염려된단다.

이러한 사태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쳐서 자연재해와 환경파괴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9월 중순까지 계속될 거라는 찜통더위에 폭우라도 스쳐 가면,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근래 적도 인근 해양에서 발생한 13호 태풍 ‘버빙카’가 서서히 올라오는데 추석날쯤에는 경북과 강원을 지나 동해로 빠질 우려도 있다고 하니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추석 음식을 먹으며 웃음꽃 피울 모습이 걱정된다.

추석이면 강강술래 돌며 온마을이 들떴고 줄다리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서서히 사라지고 제기차기나 윷놀이는 하겠지. 그러나 씨름은 국가 스포츠로 발전하여 올해 민속씨름대회는 12일 경남 고성군 체육센터에서 열려 7일간 남녀 장사 250여 명이 힘을 겨루게 된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살리고, K-컬처를 세계에 알리자. 지난 8일 끝난 파리 패럴림픽도 금 6, 은 10, 동 14개로 종합 22위를 달성하여 우리의 장애극복 의지를 세계에 알렸고 특히 중증 장애인을 위한 ‘보치아’경기는 10회 연속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일구어 자랑스런 모습으로 귀국했었다.

이제 명절을 맞아 부모님 뵈러 고향을 다녀와야 하는데 열차예매는 다 했는지…. 이미 표는 매진되었을 터,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좀 걱정도 되겠지만 요즘 전기자동차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사전 점검을 잘하여 무사히 귀가하며, 소담스러운 선물과 밝은 미소 가득히 부모님과 형제들의 품으로 찾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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