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에서 개최된 기술인들의 축제인 제59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지난달 30일 일주일간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광역 시·도별 종합우승을 발표하지 않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경북이 종합우승으로 5년 연속 종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제는 도민들이 대한민국 기술의 메카로서 경북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66년에 처음으로 개최됐다. 매년 16개 광역 시·도에서 순번제로 열린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70여 개국이 참가,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Worldskills Competition)에 1967년 제16회 대회부터 참가하고 있다. 지난 1978년 부산(제24회) 및 2001년 서울(제36회) 대회를 직접 개최했다. 지난 대회는 코로나의 여파로 여러 나라에서 분산 개최돼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종목이 개최된 바 있다. 국제기능올림픽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국가별 종합 순위를 발표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31번 대회에 참가해 19번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오는 10일부터는 프랑스 리옹에서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우수한 성적은 한국인의 기술력과 기술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는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 확보에 큰 영향을 미쳐 국가경제발전에 적지 않게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도 기술로 성공할 수 있고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2024년 현재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신규 기술인을 발굴하고 우리의 우수한 기술 수준을 대외에 알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기술인들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미래 기술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즉, 정부(지자체 포함) 차원에서 숙련기술인을 선정하고 그들의 사회적 위상과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 정부(한국산업인력공단)은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에 따라 매년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 장인인 대한민국 명장(30명 매외)을 선정하고 있다. 경북도는 ‘경상북도 숙련기술자 우대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3조 및 제4조에 근거해 매년 5명 내외의 경북도 최고장인을 선정하고 있다. 포항시도 ‘포항시 숙련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5조 및 제6조에 의거 매년 5명 내외의 포항시 최고장인을 선정하고 있다.
정부는 숙련기술인 지위 향상을 위한 국가 및 지자체의 노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2023년 7월 18일 숙련기술장려법 개정을 통해 매년 9월 9일을 숙련기술인의 날로 지정했다. 법 제18조의2에서는 ‘숙련기술인에 대한 국민 인식의 제고와 숙련기술인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매년 9월 9일을 숙련기술인의 날로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숙련기술인의 날의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와 교육·홍보를 실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에서 기술인들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사회 각계각층에서 ‘능력중심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학력중심·이론중심에 밀려 우리 사회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현장에서 뼈가 굵은 숙련기술인은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초고령(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 사회에 진입하고, 현재의 초저출산을 고려할 때 지방소멸, 국가소멸은 더 가까운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무분별한 학력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걷어내어 가계 및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 제고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숙련기술인의 날 행사를 지정한 법 취지에 맞게 국가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함께할 때 이를 위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