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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화 STOP” 두 팔 걷은 건물주… ‘작은 도시재생’ 주목

김채은 수습기자
등록일 2024-08-27 20:32 게재일 2024-08-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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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중앙상가 ‘지름길 사진관’ 한재희 대표<br/>8000만원 사비로 주변 담 허물고<br/>2개 빈 점포 정리해 공간 재창조<br/>피아노와 곳곳에 벤치·그늘막도<br/>누구나 쉬어가는 ‘쉼터’로 만들어<br/>버스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 유치<br/>지속가능한 문화공간 꿈 내비쳐<br/>“지역살리는 마중물 역할했으면”
공용 피아노를 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들.

중앙상가가 공동화 현상과 높은 공실률로 속앓이를 앓고 있는 가운데 포항지역 내 한 건물주가 직접 비용을 투자해 주변 지역을 정비하고 자발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까지 만들면서 소규모 도시재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상가 지름길 사진관 한재희 대표가 주인공. 중앙상가 골목에 집과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한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실률이 늘어 여느 임대업자처럼 걱정이 커졌다.

한 대표는 도시재생 수업을 들은 뒤 고심끝에 8000만원의 사비로 건물 주변의 담을 허물었다. 한 대표 소유의 2개의 점포를 정리해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만들고 시민 누구나 쉬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재창조했다. 건물을 허문 공간에는 피아노를 두고 누구나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대표는 “버려진 피아노를 가지고 왔다. 여기선 누구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취재를 할 때도 피아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피아노와 이어진 길을 걸으면 네컷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지름길 사진관이 나온다. 게다가 곳곳에 그가 만든 벤치와 그늘막이 있어 편히 쉬어갈 수 있다.

한 대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충분히 임대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임대료를 포기하고 두 개의 점포를 허무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며 “소탐대실하기보다 작은 노력이 이 지역을 살리는 마중물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도시재생모델을 바탕으로 주변 상가들을 설득해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 대표의 문화공간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버스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 유치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유지비용은 공간 안 지름길 사진관 수익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주변 지역에서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쿠폰과 상품권도 발행할 예정이다. 중앙상가상인회도 주도적으로 한 대표의 노력에 호응해 얼음물 1000개를 시민에게 나눠 주고 쓰레기 정화 활동도 벌이고 있다. /김채은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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