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족자원 씨 말리는 먹성에다<br/> 배설물 인한 백화현상 피해 등<br/> 골칫거리 해결에 지자체들마다<br/> 개체 수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br/> 경북도는 엽사들에 포획 일임<br/>“오염 심각한데 대책 들은게 없어”<br/> 형산강 인근 농민들 피해 호소
민물 가마우지는 수면 아래로 2~5m까지 잠수해 붕어, 잉어, 강준치, 메기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내수면 어업인들이 가장 꺼리는 새다.
특히 민물 가마우지는 먹성이 좋아 한 마리당 하루 700g 정도의 물고기를 잡아먹는데다 배설물의 산성도도 높아 생태계 파괴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민물 가마우지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철새였지만 최근 기후변화등의 요인으로 텃새화가 진행돼 국내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실제로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00여 마리에 불과하던 국내 민물 가마우지는 지난해 1월 기준 3만2000마리를 넘어섰다.
이처럼 민물 가마우지의 개체수가 급증하자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대구 수성못의 경우 지난 2022년 부터 민물 가마우지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2년 새 집단 번식지화 되면서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인근의 수목들이 모두 하얗게 말라 죽는 ‘백화현상’으로 일대가 오염되기도 했다. 이후 대구시는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마우지의 둥지를 집단으로 제거하고 오염이 가장 심했던 수성못 둥지섬 전체를 세척하는 등 곤욕을 치러야했다.
또 구미에서는 민물 가마우지들이 양식장의 민물고기를 잡아 먹어 손실이 크다는 피해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민물 가마우지에 의한 농·어업인들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환경부는 지난해 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강원을 시작으로 경남, 충북 등 전국의 광역단체들은 지난 3월 중순부터 피해지역 조사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민물가마우지’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경북도는 엽사들에게 가마우지 포획을 일임한 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지역에서는 ‘엽사들은 특정 기관이나 지역에 속해있지 않고 개인이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아무래도 가마우지를 포획하는데는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실제로 올해 5월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포획한 가마우지 수는 2266마리로, 이중 경북에서 포획된 가마우지는 이중 2%에 불과한 53마리에 그쳤다. 이중에서도 청송(37마리)과 안동(9마리) 등 일부 지역에만 집중돼 있었고, 포항을 비롯한 경북 남부 지역에서는 단 한마리의 가마우지도 올해 포획되지 않았다.
현재 가마우지 떼가 서식하고 있는 포항 형산강 일대의 주민들은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방문한 포항 형산강 하류 일대에서는 수면 위를 날아다니는 수십여마리의 민물가마우지 떼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형산강 일대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A씨(68)는 “지난해부터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이 비닐하우스와 인근 텃밭을 뒤덮어 오염시키고 있다”며 “피해가 심각한데 아직까지 가마우지에 대한 대책은 들은 게 없다”고 전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엽사들을 동원해 가마우지 포획에 나서고 있고, 지역별로 피해 상황을 관찰 중에 있다”며 “이후 보고되는 피해상황에 따라 포획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